'이란군 실세 피살' 긴장고조… 중동 정세 '일촉즉발'
'이란군 실세 피살' 긴장고조… 중동 정세 '일촉즉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1.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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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동에 병력 증파… 이란, '가혹한 보복' 예고
트럼프 "보복공격 땐 52곳에 반격할 준비" 경고
이란 군부 실세를 제거한 미국의 공습 작전으로 중동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경내에서 미 해병대가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란 군부 실세를 제거한 미국의 공습 작전으로 중동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경내에서 미 해병대가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가 사망하면서 중동지역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에 이어 이라크 민병대도 미군이 주둔하는 군기지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면서, 미국은 이에 대비해 병력을 중동에 추가 배치했다.

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을 인용한 연합뉴스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3500명의 병력을 중동에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미군 수백명이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쿠웨이트를 향해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2일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위대에 공격받으면서 쿠웨이트에 급파된 750명의 병력에 합류할 예정이다.

또 이와 별개로 미 당국자에 따르면 미군은 위협 수준 증가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쿠웨이트에 추가 병력 배치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추가 병력 배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미국이 사살한 뒤 방어 차원의 조치다.

사살 이후 미국에서는 중동 지역의 미국인이나 미국 시설이 이란의 보복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공언한 바 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3일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순교자 솔레이마니 장군은 전장에서 세계의 악마들을 상대로 평생 용감하게 지하드(이슬람성전)를 수행했다"라며 "위대한 장군을 보내는 일은 어렵지만, 살인자들을 좌절케 하는 그의 정신과 승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솔레이마니 장군의 암살로 이란은 더 단호하게 미국에 대응하게 됐다"라며 "위대한 국가 이란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고 예고했다.

게다가 이란뿐 아니라 이란을 중심으로 한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도 대미 항전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F)는 3일 성명을 통해 "적들은 솔레이마니 장군과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PMF 부사령관) 장군의 죽음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후원하는 이라크내 시아파 무장단체 카나이브 헤즈볼라(KH)군은 4일 이라크 보안군을 향해서 5일 저녁부터 이라크내의 모든 미군부대로부터 1000미터 거리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이란은 오랜 기간 오직 골칫거리였을 뿐이었다"라며 이란의 공격 시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52곳은 이란이 오랫동안 인질로 잡은 52명의 미국인 수를 뜻한다"면서 "미국은 더 이상 위협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52곳의 공격 목표지 중 일부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높은 수준의, 중요한 곳들이며 해당 목표지는 매우 신속하고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솔레이마니를 '테러리스트 지도자'라고 지칭한 뒤 "이란은 그를 제거한 데 대한 복수로서 특정한 미국 자산을 공격 목표로 하는 것을 매우 뻔뻔스럽게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미군 주둔 기지와 대사관이 위치한 그린존에 대한 포격도 잇따르고 있다.

바그다드 북부 알발라드 기지에 로켓포 3발이 떨어져 이라크 군인과 민간인이 여러 명 다쳤고, 미 대사관 1km 거리의 공원에서는 박격포가 폭발했다.

미군 인명 피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공격 원점을 추적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내고 "미 본토에 대한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위협은 현재 없으며 본토에 대한 어떤 위협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