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이란’ 쌍둥이 도전과제 직면… 美 대선 영향
트럼프, ‘북한·이란’ 쌍둥이 도전과제 직면… 美 대선 영향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1.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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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강경한 北·이란… “트럼프, 대북억제책 내놔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북한과 이란 양대 외교 난제에 부닥쳤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북한과 이란 양대 외교 난제에 부닥쳤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북한과 이란의 강경한 대미 제스처에 대응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는 이란을 고립시키고 북한을 매료시키겠다고 장담했으나 그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지렛대만으로 각 나라의 이해관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선거의 해를 맞아 ‘쌍둥이 도전과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껏 북한과 이란에 유화책을 펼치며 “북핵 위협은 없다”라는 등 안정적인 외교 상황을 호언장담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 나라가 미국에 대해 강경한 외교책을 구상한 데 따라 “더는 북핵 위협이 사라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됐고 이에 트럼프의 외교전략이 기존과 다르게 재설정돼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양대 외교 난제인 북한과 이란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에 따라 향후 대선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의 거취가 결정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하며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BCM) 시험재개를 시사했다. 김 위원장의 대미 강경책 언급으로 북한 비핵화가 사실상 물러가고 군축 협상으로 전환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미 행정부는 최고 외교 치적으로 내세웠던 대북 성과가 타격을 입게 됐다.

앞서 30일에는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이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시위대의 습격으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도 일촉즉발 됐다. 다행히 시위대는 습격 이틀 만에 철수했으나 이들의 반미 기류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고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는 다르다”며 성공을 장담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대이란 외교가 더 거친 상황을 맞게 되면서 그의 외교술이 역풍을 맞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미국 매체들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으로 북한의 무기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결과를 낳게 됐고 북한과 이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아 보인다며 판단의 문제를 재고해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재선을 위해서는 이 양대 외교 난제를 풀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NYT는 대북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등 기존의 틀을 깬 과감하고 창의적 외교를 구사했지만 만남의 대가로 핵 동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중대 실수를 범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오판은 김 위원장과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과 이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아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과거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격했던 지점이기도 하다”며 “경제적 인센티브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핵심 문제다. 북한 문제의 경우 핵무기만이 세습 정권을 지탱해줄 유일한 ‘보험증서’라는 김 위원장의 확신을 간과하고 말았다”며 재차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술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획득해선 안 된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주문은 희망일 뿐 전략이 아니다. 이것이 새해를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근본적 문제”라며 “트럼프식 외교는 소원해진 동맹들의 공조를 견인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전략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재차 꼬집었다.

같은 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쌍둥이 전쟁 위협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한, 이란과 관련해 양대 국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군사 행동의 가능성은 실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CNN 방송은 “김정은의 보다 강경해진 노선은 트럼프와 그의 재선 캠페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탄핵과 대선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취약한 상태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기고글을 통해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위협에도 전쟁은 여전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파멸적 선택인 만큼 상호 억지가 유지돼야 한다"며 "다음 단계는 핵을 보유한 북한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책이 북한, 이란으로부터 강경한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가 이에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