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신남북방 잇는 플랫폼 역할 중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신남북방 잇는 플랫폼 역할 중요”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11.0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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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미·중 무역 갈등 해소 힘들어”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0 ICT 산업전망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이미지=신아일보)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0 ICT 산업전망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이미지=신아일보)

한국이 미·중 무역 분쟁을 필두로 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속에서 인구 고령화, 수출증가율 둔화 등을 이겨내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신남·북방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5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0 ICT 산업전망 콘퍼런스’ 기조강연을 통해 “러시아와 베트남 등의 국가 연결에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신남방과 신북방의 중간에서 플랫폼을 만들고 기술동맹과 체제를 구축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술패권으로 본 최근 세계경제의 흐름’을 주제로 시작된 이 원장의 강연은 글로벌 경제흐름을 미중 기술패권과 연계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이 원장은 작년 상반기까지 완연한 성장세를 보인 세계 경제 흐름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의 예상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저치인 3.0%으로, 제조업 위축, 무역갈등, 브랙시트 등 지정학적 긴장, 금융시장 심리 악화 등이 반영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 원장은 작년부터 본격화 된 미·중 통상 분쟁을 세계경제에 드리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자국우선주의(America First), 보호주의 경향이 표면화됐다”며 “미·중 통상분쟁이 없었다면, 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대비 올해 0.4%포인트(p), 내년엔 0.8%p 높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통상 분쟁의 핵심으로 ‘기술패권’을 지목했다. 중국이 세계 생산의 새로운 허브로 떠오르는데다가, 글로벌 통신장비 점유율 1위인 중국 화웨이의 5G 기술선도 등 중국의 약진과 미국의 위기의식 속에서, 세계경제의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됐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양국의 통상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무역보다 공정무역을 강조 중이며,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등의 통상정책도 자유무역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중진국 입구에서 국가 간 제도적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서로 다른 두 체제가 상호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세계경제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라며 “한국이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 장기 비전을 수립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국제 표준에 맞도록 규범을 잘 지키고, 협력을 더욱 강화해 신뢰를 쌓고 전략적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원장은 최근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보호무역을 완화하고, 기업들에게 큰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호주·뉴질랜드·인도·일본 6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FTA이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신남방 대표 국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은 상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수준 높은 기술을 원한다”며 “반면 신북방 국가들은 기초부터 첨단 기술이 많이 발달했지만, 시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플랫폼을 만들어 남북방 국가들을 연결하고, 기금을 통한 공동연구·개발을 한다면 동남아 시장 열 수 있다”며 “같이 시장을 활용하고 제 3국으로 진출할 수 있다면 동남아 국가들도 착취만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생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