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어두운 곳에서 두통이나 눈 통증 나타나면 ‘폐쇄각 녹내장’ 의심해야
[건강칼럼] 어두운 곳에서 두통이나 눈 통증 나타나면 ‘폐쇄각 녹내장’ 의심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19.10.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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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안과 교수
이시형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안과 교수.
이시형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안과 교수.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더불어 시력을 비가역적으로 저하시키는 3대 실명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0세 이상 인구의 2% 내외가 녹내장을 앓고 있고, 70대의 경우 40대에 비해 발병률이 3~8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녹내장 환자는 87만여 명으로 2012년 58만 명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

녹내장 환자의 경우 두드러진 증상 없이 서서히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와 시력을 상실하는 ‘개방각 녹내장’ 환자가 대부분이나, 전체 녹내장 환자의 10% 미만은 두통과 안구통 등 뚜렷한 증상을 나타내는 ‘폐쇄각 녹내장’이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눈 안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가 빠져나가는 곳인 ‘전방각’이 막혀서 안압이 급작스럽게 높게 올라가 심한 두통과 안통, 시력 감소, 구역 및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발작성 통증은 많은 경우 밤 또는 어두운 공간에서 장시간을 보냈을 때 나타나고, 증상이 심해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급성이 아닌 ‘간헐성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편두통 양상으로 수년에 거쳐 반복되는 두통이 주된 증상이다. 특히 어두울 때 지끈지끈한 두통 및 뻐근한 안구통,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이 경우 흔히 편두통 혹은 머리 쪽 이상으로 인한 두통으로 오인하여 일차적으로 내과 또는 신경과에서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폐쇄각 녹내장은 ‘안축장’, 즉, 눈 길이가 평균치에 비해 짧은 경우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백내장이 점차 진행하면서 폐쇄각 녹내장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작은 체구의 중년 여성에서 폐쇄각 녹내장이 발병하는 경우가 잦다. 키와 체구가 작은 경우, 눈 크기도 작은 경향이 있다 보니 전방각이 좁아 잘 막히기 때문이다.

또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고개 숙여 일하면,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이동해 전방각이 좁아지면서 방수의 흐름에 장애를 주어 폐쇄각 녹내장이 발병할 위험이 더 커진다. 따라서 안축장이 짧으면서 백내장이 있는 사람은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고개 숙여 일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한 가을과 겨울철에 폐쇄각 녹내장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조량 및 야외 활동 시간이 줄어들면서 동공이 평소보다 커진 상태에서 생활하면 폐쇄각 녹내장이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폐쇄각 녹내장이 발병하면 일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안압이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 레이저 치료를 하여 홍채에 방수가 흐를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준다. 또 증상에 따라 녹내장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추후 발작을 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한쪽 눈에 폐쇄각 녹내장이 온 경우, 나머지 눈에 올 가능성이 40~80%로 예방적 레이저 치료가 필요하다.

폐쇄각 녹내장도 개방각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안압 상승으로 인해 손상된 시신경과 이로 인해 좁아진 시야와 시력 저하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 진단 후에는 지속적인 검사와 관리로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시형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안과 교수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