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우리 교육 신뢰 위기… 공정 가치 실현해야"
文대통령 "우리 교육 신뢰 위기… 공정 가치 실현해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9.10.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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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청사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교육불신' 엄중인식
"부모 지위·특권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 커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국민의 절실한 요구다. 정부는 그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교육은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 등 입시제도 개편안을 언급한 지 사흘 만에 열렸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 공정하지 않다는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회피하고, 미래로 가는 교육 혁신을 얘기할 수 없다"며 "공정한 교육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교육 개혁 과제"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대입제도부터 공정성을 확립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라며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가치가 충돌하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는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점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마다 소질과 적성이 다른 점을 반영하는 다양한 전형으로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학생부종합전형 위주의 수시전형은 입시의 공정성이라는 면에서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성적 일변도의 평가에서 벗어나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한다는 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입시 당사자인 학생의 역량과 노력보다는 부모의 배경과 능력, 출신 고등학교 같은 외부요인이 입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과정마저 투명하지 않아 깜깜이 전형으로 불릴 정도"라며 "제도에 숨어있는 불공정 요소가 특권이 대물림되는 불평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누구도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법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특권과 불공정은 용납해서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입시의 공정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할 노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며 "전형 자료인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학이 전형을 투명하기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은혜 교육부 장관,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은혜 교육부 장관,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고, 결과를 잘 분석해 11월 중 국민께서 납득할만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단순한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의 요구대로 누구나 쉽게 제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입시 전형을 단순화하는 과제와 사회 배려 계층의 대학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과제도 일관된 방향에서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수시전형 불공정의 배경이 되고 또 다른 교육특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고교 서열화 문제"라면서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을 중심으로 사실상 서열화된 고교 체계가 수시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과도한 교육 경쟁, 조기 선행 교육과 높은 교육비 부담에 따른 교육 불평등,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한 일반 고교와의 격차를 낳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이 역시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문제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가 고등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려면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 돼야한다"며 "학생의 적성과 학습능력에 따른 수월성 교육부터 진로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교육까지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사교육비의 증가를 막아야 한다"며 "우수한 교원 확충과 미래형 학교 구축 등 일반고의 교육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역점 과제로 삼아 힘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 대학의 평가에 대한 신뢰가 먼저 쌓인 후에야 추진할 일"이라며 "그때까지는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라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핵심적인 문제는 입시의 영향력이 크고 경쟁이 몰려있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그 신뢰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을 것"이라며 "대학들도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대학에 정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지켜줄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국민의 시각"이라면서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의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미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과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마련했고, 내년도 직업교육 관련 예산도 늘려서 편성해두고 있지만 고등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 현장실습과 고졸 채용에 우수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거나 '선취업 후학습'의 기회와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들의 안전과 권익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물론 기재부, 고용노동부,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긴밀한 협력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교육의 공정성은 채용의 공정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며 "앞으로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까지도 범부처적으로 함께 모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