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메디톡스 '균주다툼' 여전…업계는 산업발전 저해 걱정
대웅-메디톡스 '균주다툼' 여전…업계는 산업발전 저해 걱정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9.10.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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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 떨어질라" 소모전에 피로감 호소
최근까지 '자체발견'vs'도용의심' 주장…검사법·결과 다른 해석
'나보타'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는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산업발전 차원에서의 합의점 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사진=각 사)
'나보타'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는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산업발전 차원에서의 합의점 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사진=각 사)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균주 출처를 두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최근 진행된 포자감정 방법과 결과를 두고도 서로의 입장만 재차 확인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선 양사의 균주 출처 싸움은 소모전에 불과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공방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각각 ‘나보타’와 ‘메디톡신’의 균주 포자감정(유전자분석)을 다르게 해석했다.

앞서 올해 7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에 보유 균주와 그에 대한 정보를 각사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제공해 포자감정을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메디톡스 측은 9월20일에 결과보고서를, 대웅제약 측은 10월10일에 반박보고서를 제출했다.

메디톡스는 “미생물유전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폴 카임 교수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에서 유래한 사실이 확인했고,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이 한국의 자연환경에서 분리 동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웅제약이 적용한 방법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나보타 균주와 메디톡신 균주를 비교 분석결과는 없고, 관련 보고서 제출과 함께 전체 내용 공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부분적인 결과만 도출할 수 있는 메디톡스 측의 방법 대신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WGS)의 직접 비교를 통해 유전적으로 전혀 다른 균주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로써 메디톡스의 음해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임이 밝혀진 만큼,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분석·감정하는 국제적인 기준이고, 이미 메디톡스의 전문가가 대웅제약의 포자감정 방법에 대해 동의하면서 시행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특히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가 어떠한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공언했지만, 우리의 감정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포자감정을 시행하니 메디톡스의 균주도 포자가 형성됐다”며 “메디톡스가 균주의 기원과 실체를 다시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측의 진흙탕 싸움이 두 회사는 물론 한국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뢰도에도 흠집을 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년째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는 소모전으로 업계에 피로감만 쌓이고 있기 때문에 진흙탕 싸움이라는 말도 나오고, 초반과 달리 주목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기업의 입장에선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인 건 분명하지만, 이미 제품이 출시되고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선 소모적인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이슈는 국부창출 차원에서 부적절하고, 불미스러운 정보들이 오리지널 회사와의 경쟁이나 시장 확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양측 모두 한 발 물러서서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