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세계적 자율주행 S/W 기업과 기술 공동개발 나서
현대차그룹, 세계적 자율주행 S/W 기업과 기술 공동개발 나서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9.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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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와 유력 자율주행 기업이 JV 설립해 공동 개발하는 이례적 모델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 ‘추격자’ 탈피해 기술 선도 ‘개척자’ 입지 공고 전략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오른쪽) 등 양사 주요 경영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JV)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며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케빈 클락 앱티브 CEO(오른쪽) 등 양사 주요 경영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JV)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며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현지에서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차 분야의 개척자로 발돋움할 채비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 세계 톱티어(Top Tier)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APTIV)사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를 설립하고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에서 ‘톱 플레이어’ 위상을 노린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그룹과 앱티브는 자율주행 전문기업 설립을 통해 전 세계에서 운행이 가능한 레벨 4, 5 수준의 가장 안전하고 최고 성능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나선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JV 설립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한다.

업계에서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수의 완성차 업체와 유력 자율주행 기업이 별도의 JV를 설립해 자율주행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모델은 이례적이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 JV 설립은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인간중심에 기반하는 완벽한 ‘이동의 자유(Freedom in Mobility)’를 실현해 소비자가치를 높이겠다는 공동의 목표에 따른 것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동일하게 갖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달러(한화 약 1조9100억원)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달러(약 4800억원) 가치를 포함 총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하며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JV에 출자한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게 된다.

JV는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양산 기반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S/W 기술을 확보하게 되며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JV를 통해 양측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기적이면서도 밀접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앱티브의 고도화된 기술력의 결합으로 JV의 연구개발 역량은 대폭 향상될 전망이며 자율주행 분야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와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하고,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존치되며 추가로 국내에도 연구거점을 신규 설립해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도 ‘퀀텀 점프’ 수준의 성장을 이룰 발판이 될 전망이다.

또 5세대(G) 통신, 인공지능(AI) 등 국내 관련 산업과 협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4차산업 혁명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앱티브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 인포그래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앱티브 자율주행 합작법인 설립 인포그래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신설 합작법인은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S/W) 개발·공급을 목표로 한다.

JV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되고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 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최종 설립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 제공, 차량 개조, 인력 지원 등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 기술교류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JV 설립 계약 체결은 현대차그룹이 앱티브와 함께 최상위 자율주행 S/W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그룹은 단순 협업수준을 넘어 S/W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JV를 통해 공동 개발하는 최적의 정공법을 통해 조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자율주행 S/W를 단순 공급받을 경우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지 △판단 △제어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세 가지 과정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해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도 자율주행 기술의 복잡성과 고난이도를 고려할 때 다양한 정보와 부품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탄탄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자율주행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앱티브가 자율주행용 S/W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두권 업체이면서도 지금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지분 투자 등 적극적인 협업 구도를 갖추지 않았던 점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최상의 파트너를 확보한 셈이다.

앱티브도 자동차 개발·제조 역량과 세계 톱 5위의 생산능력, 글로벌 브랜드 위상과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되면서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됐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설립하는 JV는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와 적극적으로 연대 가능한 협업 시스템을 마련해 개방형 협력구조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신설 법인의 자율주행 S/W 기술 공급 기회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더욱 신속하고 광범위한 기술 테스트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 합작법인은 오는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와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기존 앱티브의 자율주행 연구거점 외에도 추가로 국내에도 자율주행 연구거점을 마련해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력이 국내에 확산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JV 설립을 통해 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으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운행되는 레벨 4, 5 수준의 궁극의 자율주행차를 조기에 시장에 선보이면서 더이상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개척자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업체 중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기업으로 인지 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사 순위에서 20위를 기록했지만 차량용 전장부품만 공급하는 업체 순위로는 세계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특히 앱티브가 핵심 사업 분야로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부문은 바로 자율주행이다. 지난 2015년과 2017년 자율주행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오토마티카(ottomatika)’와 ‘누토노미(nuTonomy)’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 개발 역량을 단번에 끌어 올렸다.

현재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자율주행사업부를 중심으로 피츠버그,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거점에서 자율주행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의 임직원 수는 총 700여명에 달하며 총 100여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다른 자율주행 전문기업들이 주로 무난한 교통환경에서 기술을 구현하고 있지만 앱티브는 복잡한 교통고 열악한 기후, 지형 등 난이도가 높은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에 탑승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에 탑승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을 결합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앱티브 케빈 클락(Kevin Clark)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ADAS를 비롯한 차량 커넥티비티 솔루션, 스마트카 아키텍처 분야 앱티브의 시장 선도 역량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은 자율주행 플랫폼의 상용화를 앞당기기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 과감한 ‘맞손’ 전략을 펼쳐왔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Intel),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면서 중국의 바이두(Baidu)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R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등에 전략 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American Center for Mobility)의 창립 멤버로,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기업 ‘오로라(Autora)’에 전략 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 러시아 최대 정보통신(IT) 기업 얀덱스(Yandex)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하고 러시아 전역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