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형제 폐지’ 찬반 격론
정치권 ‘사형제 폐지’ 찬반 격론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2.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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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생명권 제한하는 것 과도한 인권 침해”
박준선 “사형 폐지하면 통제불능 상황 올 수도” 최근 연쇄살인 사건 등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8일 정치권에서 사형제를 둘러싼 첫 공식 논의가 이뤄졌다.

여야 의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주최로 ‘사형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 찬반 격론을 벌였다.

첫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사형은 존엄권의 전제가 되는 생명권을 박탈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를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며 “무기징역에 의해서도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유지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제도를 두어 생명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오늘날에도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소수인종 또는 빈민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그 남용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사형의 정치적 남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같은 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사형제는 즉각 폐지되는 것이 타당하지만 법률가와 국민의 감정에 (사형제 폐지가) 대세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단계론적 접근 방법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대통령과 법무장관은 사형 집행에 서명하지 않고 집행을 사실상 유예해야 한다”며 “사형수 적체 현상을 피하기 위해 5~7년마다 엄밀한 심사를 거쳐 무기징역으로 감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사형제의 위헌 논란과 관련, “사형이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않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 하더라도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사형을 합헌이라고 판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사형의 범죄 예방 효과와 관련, “살인사건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범죄자들이 사람을 살해하고 이에 대한 사형이라는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형은 흉악범죄의 억제 효과가 있으며 이를 폐지하면 통제 불능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도 “사형제는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고 인류사회의 구성원이길 거부하는 자에 대한 사회공동체의 형벌”이라며 “사형제는 사회 구성원의 생명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질서를 위해 불가피하고도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저자인 공지영 작가와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장인 이영우 신부, 불교인권위원장 진관 스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맞아 아이린 칸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한국의 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일본의 ‘사형폐지의원연맹’과 NGO 단체인 ‘사형폐지국제조약의 비준을 요구하는 포럼 90’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형집행정지 요청문을 각각 박 의원측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