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전문가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득보다 실"
주택 전문가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득보다 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7.09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위적 가격 규제로 공급 위축 등 부작용 우려
참여정부 때도 문제 경험…집값 안정도 불투명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주택·부동산 전문가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인위적 가격 규제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 달성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문제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경험한 바 있는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열이 심화된다고 한다면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정부가 고민해야 되지 않나, 선택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34주 만에 상승 전환하자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김 장관이 '과열 심화'라는 단서를 붙인 만큼 실제 도입 여부는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주택·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지금보다 저렴해진다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에 대한 인위적 가격 규제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인위적인 가격규제는 단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격 안정화 효과보다 중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주택사업자의 경제활동 포기, 주택공급 물량 감소, 로또청약 심화 등 시장 왜곡과 부작용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당시 나타냈던 문제들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9월1일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부문에 적용했는데, 청약가점제와 같이 시작하다보니 건설사들이 규제를 피하려고 분양 밀어내기를 했다"며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증가하는 듯했으나, 장기적으로 시장의 공급과 수급을 교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3개월간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자료=감정원)
최근 3개월간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자료=감정원)

분양가 제한이 민간 신규 주택 감소를 가져와 기존 주택 임대료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인위적 가격 통제는 주택 건설 생산성 저하 및 신규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내 집 마련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기존 주택으로 유입되면서 주택 임대시장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안정이라는 목적 자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를 싸게 분양하든 비싸게 분양하든, 분양 후 가격은 단지가 위치한 지역 여건과 환경 변화를 따라가게 돼있다"며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일률적 규제로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8·2대책을 발표할 때부터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지속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3.3㎡당 4000만~5000만원대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3000만원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