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터 품목허가 취소까지…‘찻잔 속 태풍’ 인보사 사태
개발부터 품목허가 취소까지…‘찻잔 속 태풍’ 인보사 사태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7.0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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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이관희 교수 주도로 세포치료제 개발 착수
코오롱, 10여년간 연구자금 지원…2001년 첫 성과 확인
임상시험 11년 만에 시판 허가…성분 논란 후 품목허가 취소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품목허가 최종 취소 후 판매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인보사 개발 과정에 이목은 다시 집중될 전망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 7월9일자로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를 최종 확정했다.

인보사는 관절염 환자의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유전자치료제로 총 두 개의 주사액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1액은 이른바 ‘육손이’라 불리는 다지증 환자의 여섯 번째 손가락 관절 안 연골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2액의 주성분은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생성하는 형질전환 연골세포로 개발됐다. 개발사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로 중증 관절염 환자의 연골을 재생시키고, 통증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제를 개발하자는 논의는 1990년대 중반 시작됐다. 당시 인하의대 교수로 있던 이관희 전 티슈진(코오롱티슈진의 전신) 대표는 주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TGF-β1 단백질로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는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후 파트너로 참여하며 10여년간 연구자금을 지원한 코오롱이 주도권을 쥐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탔다. 코오롱이 인하의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된 데는 이관희 전 대표와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고교 동창이라는 점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가 첫 성과를 낸 것은 지난 2001년 9월이었다. 당시 연구진은 국제학술지에 형질전환세포를 개발해 연골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코오롱은 지난 1999년 미국에서 티슈진을 설립했고, 이관희 전 대표를 수장으로 앉혔다. 당시 코오롱중앙기술원 생명공학 연구실장이었던 노문종 현 코오롱티슈진 대표도 연구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국제학술지 발표가 있은 지 4년 뒤인 2005년 동물실험에서 연골세포와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통한 연골 생성 효과가 확인됐다는 발표는 인보사의 기틀이 됐다.

코오롱은 이듬해부터 2013년까지 국내에서 임상 1~3상 승인을 얻은 뒤 2016년 7월8일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 2017년 7월12일 시판 허가를 받아냈다. 국내에선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 품목허가된 유전자치료제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해 3월 임상 3상을 앞두고 형질전환 연골세포의 세포 특성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를 요구하면서 ‘인보사 신화’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검사 결과 2액의 성분이 숨진 태아의 신장에서 유래한 293 세포로 드러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같은 달 식약처에 STR 검사 결과를 알렸고, 식약처는 4월15일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 제조·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추가 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이후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추가 자료를 검토하고, 미국 현지 실사와 자체 시험 결과 등을 종합해 5월28일 품목허가 취소 방침을 밝혔다.

현재는 청문 절차를 거쳐 품목허가 취소가 확정·발표됐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