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물적분할 결정 주총 D-1…운명의 날
현대重, 물적분할 결정 주총 D-1…운명의 날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5.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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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출입문 봉쇄하고 외부 진입 막아 물리적 충돌 불가피 전망
장소·시간 변경 가능성도…주총 무산 시 추후 일정 공시 할 수도
노조 반발, 국제사회에 국내 조선업계 이미지 타격 입힐 가능성도
30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일대. (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일대.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31일 예정됐지만, 노동조합 측의 주총 예정지 점거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에 주총 연기와 장소 변경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이 열리는 31일까지 주총 예정지인 한마음회관을 점거 농성과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노조는 회관 출입문을 봉쇄하고 외부 진입도 막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사측은 경찰에 한마음회관 시설물보호와 조합원 퇴거를 요청했으나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며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노조 측의 반발은 임시주총 안건인 ‘물적분할’에 따른 고용불안 때문이다. 물적분할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한영석·가삼현 공동 사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단체협약을 승계할 것”이라며 “물적분할 이후에도 근로관계, 근로조건, 복리후생까지 모두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구조조정 위기와 불확실한 단협 승계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주총이 예정대로 열리기 위해선 경찰에 강제해산을 하거나 사측 보안직원들이 노조원들을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노조와의 대치상황은 주총 당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노조 측이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이후 지속적으로 노조의 자진해산을 요구해 왔다. 또 경영진들이 현장에서 노조를 상대로 계속 설득 작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는 게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총 장소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상법상 주총을 소집할 때 2주 전 사전 통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주총 당일에도 장소와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사측은 주총 당일인 31일 한마음회관에서 진행하기 어려울 경우 주총 장소를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주총 장소는 울산 본사나 관계사 건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총 장소가 봉쇄되는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공고했던 시간이나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 2000년 국민은행이 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주총 장소에서 노조의 저항으로 주총장 진입이 어렵게 되자 사측이 장소를 옮겨 선임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주총이 예정대로 열리지 못할 경우 연기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총 예정 장소 진입이 어려우면)상법상 장소 변경을 할 수도 있지만 주총을 추후 일정으로 연기하는 공시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주총 연기 시 사측의 노조 설득 작업 등으로 시간이 다소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서는 노조 설득 작업이 지체될 경우 국제사회에 국내 조선업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중공업이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각국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부담감도 크다. 특히 EU 등에서는 노동자 이슈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노조의 지속적인 반발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총 당일) 시간이 연기될 수도 있겠지만 주주들에게 고지한대로 31일날 한마음회관에서 주총을 열 계획이고 최선을 다해 (노조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