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손병석 코레일 사장, 철도안전 해법 찾기 "바쁘다 바빠"
[이슈분석] 손병석 코레일 사장, 철도안전 해법 찾기 "바쁘다 바빠"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5.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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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장소로 차량정비단 고르더니 쉼 없는 현장 행보
간단·명료한 목표 설정…국민이 믿고 타는 철도 만들기
기관 간 물리적 통합보다 '안전 중심' 유기적 협력 우선
손병석 코레일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19일 수색차량사업소에서 철도 차량 정비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병석 코레일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19일 수색차량사업소에서 철도 차량 정비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철도안전 해법을 찾기 위해 ‘답은 현장에 있다’는 공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크고 작은 사고를 겪으며 추락한 철도의 위상을 재건하고,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되찾기 위해 취임 첫날부터 현장으로 달려갔다. 철도노조는 새 사장에게 철도통합 과제를 공식적으로 안겼지만, 손 사장은 물리적인 통합보다 안전을 중심에 둔 유기적 협력 강화를 우선 추진하는 모습이다. 손 사장의 간단·명료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목표. '국민이 믿고 타는 안전한 철도 만들기'는 가능할까?<편집자주>

◇ 시작부터 '현장'…상징적 의미 부여

최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대전 본사에서 만난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풀기 어려운 과제들에 대한 고민과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안전한 철도를 만들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임무임을 강조했다.

손 사장은 지난 3월27일 취임했다. 이제 겨우 2개월이 가까워져 오지만,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 같은 큰일을 치러서인지 코레일이라는 조직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변 참모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손 사장을 코레일에 급속도로 녹아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분주하게 진행 중인 그의 현장 행보다. 현장 일정을 소화하던 중 코피를 흘렸다는 뒷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손 사장은 취임 장소를 경기도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으로 정해 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본사 강당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공기업 기관장의 취임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취임식 후에는 KTX 정비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것으로 코레일 사장으로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취임식을 차량정비 현장에서 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손 사장이 오기 전 코레일은 안팎으로 적잖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크고 작은 철도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급기야 12월에는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던 강릉선 KTX가 탈선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영식 코레일 전 사장이 취임 약 10개월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코레일은 3개월여 기간 동안 사장 공석을 겪어야 했다. 3개월 정도의 공기업 기관장 공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종종 발생하는 일이지만, KTX 탈선 사고에 대한 수습과 원인 규명 등 민감한 이슈들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사장이 없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손 사장은 취임 장소를 차량정비단으로 택하면서 '현장에서 안전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바닥으로 떨어진 현장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효과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취임사 첫 문장을 "세기를 넘어 국민과 함께해온 공기업 코레일에서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대단히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습니다"라는 말로 채우며, 조금은 복잡했을 심경과 각오를 드러냈다.

손 사장(가운데)이 지난 11일 경기도 남양주 평내차량기지에서 ITX-청춘 냉방장치 정비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 사장(가운데)이 지난 11일 경기도 남양주 평내차량기지에서 ITX-청춘 냉방장치 정비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 전국이 집무실…본사는 임시 거처

취임 후에도 손병석 사장의 업무는 본사가 있는 대전이 아닌 전국 철도 현장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취임 이틀 뒤에는 이른 아침부터 강릉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릉선 KTX 사고 현장을 점검하며, 안전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목표임을 강조했다.

지난달 초에는 작년 단전 장애가 발생한 오송역을 찾았다. 손 사장은 오송역 인근 선로에서 철도 시설물 유지보수 현황과 비상 시 고객 대응 매뉴얼을 확인했다.

나흘 뒤에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호남고속선 2단계 광주송정~고막원 구간고속화작업 현장과 나주역 증축 공사 현장의 안전을 점검했다.

같은 날 광주역에서는 영상회의 방식으로 취임 후 첫 번째 전국 소속장 회의를 주재했는데, 손 사장은 이 자리에서 "답은 현장에 있다. 저의 집무실은 본사가 아닌 전국의 현장이다. 언제든 현장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손 사장은 서울 수색차량사업소를 비롯해 △서울 이문차량기지 △서울역 △서울 영등포전기사업소 △대전 기관차·열차승무사업소 △광명역·금천구청역 △오송역 인근 선로유지보수 작업지 △용산역 △익산역 △충북 영동 경부고속선 전기설비 유지보수 작업지 △남양주 평내차량기지 △구리변전소 등을 차례로 찾아가 철도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안전 관리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새벽에 찾아간 경부선 오송역 인근 심야 선로 유지보수 현장에서는 "열차 운행을 일부 줄이더라도 적정 심야 작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과 이에 따르는 고객불편 최소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빡빡한 열차 운행으로 인한 작업 시간 부족과 사고 위험성은 선로 유지보수 담당자들이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손 사장은 앞으로도 전국 현장 방문 지역 회의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안전 관련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 의견을 반영해 특별 종합 안전대책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손 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9일 새벽 경부고속선 영동보수기지 인근 전기 유지보수 작업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 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9일 새벽 경부고속선 영동보수기지 인근 전기 유지보수 작업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코레일)

◇ 통합보다 안전이 먼저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달 12일 대전 철도 공동사옥에서 '철도시설안전합동혁신단(이하 안전혁신단)을 발족했다.

안전혁신단은 강릉선 KTX 탈선사고와 오송역 단전사고 이후 국토부가 마련한 '철도안전 강화대책'에 따라 신설한 코레일·철도공단 합동조직이다. 철도시설 안전업무 사각지대 해소와 철도 현안 쟁점에 대한 갈등 조정을 담당한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손병석 사장 취임 당시 손 사장이 철도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철도하나로 범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철도 기관 통합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손 사장은 코레일과 철도공단, SR 등 철도 기관을 통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안전을 중심에 둔 철도 기관 간 유기적 협력 강화를 우선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는 그의 취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손 사장은 취임사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으며, 여러 철도 기관과는 "유기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사장(왼쪽 첫 번째)이 지난달 30일 새벽 경부선 전의역과 전동역 사이 심야 선로유지보수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손 사장(왼쪽 첫 번째)이 지난달 30일 새벽 경부선 전의역과 전동역 사이 심야 선로유지보수 작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코레일)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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