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낙태죄' 헌법불합치…"2020년까지 개정"
(종합) '낙태죄' 헌법불합치…"2020년까지 개정"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11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판관 7대 2 의견 헌법불합치…"임산부 결정권 침해"
낙태죄 피고인들 줄줄이 '무죄' 예상…처벌자 재심청구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 만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향후 임신 후 일정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들 중 6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

이른바 '낙태죄'라고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270조는 '동의낙태죄' 조항으로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의료진에게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이 조항에 대한 헌재 판단의 핵심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2012년 8월 같은 조항에 대해 열린 헌법소원 심판에서는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헌재는 "태아는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헌재는 판단을 뒤집었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곧바로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고 보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이처럼 헌재의 판단이 뒤집힌 것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진단된다. 그간 미투 운동에서 촉발된 여권 권익 신장으로 낙태죄를 폐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새로 구성된 6기 헌법재판관들이 종전과 달리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재심청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