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도입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
'낙태죄' 도입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4.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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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어떤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결정이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들 중 6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

헌재의 판단은 지난 2012년 8월 같은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당시 헌재는 낙태죄 처벌을 합헌 결정한 데 대해 "태아는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이날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다만 헌재는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고 보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헌재의 판단이 뒤집힌 것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진단된다. 그간 미투 운동에서 촉발된 여권 권익 신장으로 낙태죄를 폐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새로 구성된 6기 헌법재판관들이 종전과 달리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