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만 2000억원…한진 경영권 승계에 관심 집중
상속세만 2000억원…한진 경영권 승계에 관심 집중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4.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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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승계에 무게…KCGI‧국민연금 견제·위협 가능성도 제기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새벽(한국 시간) 폐질환으로 타계한 가운데,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권 승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사장을 비롯한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37)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는 조 회장 생전에도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했었다.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는 차례로 ‘땅콩 회황’과 ‘물컵 갑질’로 공분의 대상이 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현재 조 사장만 대한항공과 지주회사인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선 지분승계 과정에서 그룹 지배구조가 일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재로선 조 사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사람이 조 사장 말고는 없다는 게 이유로 떠오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도 그룹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상속 지분을 모아 조 사장에게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조 사장이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은 경영권 승계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필두로 대한항공과 ㈜한진 이하 여러 계열사가 분포한 형태다.

한진칼은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가(家)가 28.9%, KCGI가 12.8%, 국민연금이 6.7%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타 주주가 51.6%를 확보했다.

한진가가 보유한 28.9%의 지분에선 조 회장 지분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가장 많다. 이어 조원태 2.34%, 조현아 2.31%, 조현민 2.30%로 세 자녀 모두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조 회장 지분을 세 자녀에게 넘겨줄 경우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하고, 한진가로서는 이를 막기 위해 지분을 팔아야 하는 경우의 수도 생긴다.

30억원이 초과하는 상속액의 세율은 50%다. 이에 더해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식 평가 시 시가의 20∼30%가 할증으로 붙는다. 한진칼의 경우 조 회장 지분이 50% 미만이고 20% 할증 대상이 된다.

이 조건들을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율은 최고 60%를 넘어설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이 한진칼 지분으로 보유했던 3221억원가량의 재산 외에도 ㈜한진 지분(6.87%‧약 348억원)과 대한항공 지분(2.4%‧약 9억원)에 현금과 부동산, 비상장 주식까지 합하면 상속세는 2000억원 안팎으로 뛸 전망이다.

한진가는 이처럼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상속 주식의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한진칼 지분까지 처분하게 된다면 한진가의 보유 지분은 줄어드는 대신 KCGI와 국민연금 보유 지분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이 경우 KCGI와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끌어올려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

앞서 KCGI는 지난 4일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보유 지분율을 13.47%로 높일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경영권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금을 포함한 한진가의 자산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인지가 관건”이라며 “조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 남매의 분쟁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