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부당대출 경징계…재벌 봐주기 논란 불가피
한투證 부당대출 경징계…재벌 봐주기 논란 불가피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4.04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어음 사업자 첫 제재 고려…‘논리 부족’ 지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SK 최태원 회장에게 불법 개인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던 한국투자증권에 경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의 대출이 위법행위라는 금감원 주장은 관철됐지만 4개월 가량 제재심을 연기하면서까지 검토했던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조치와는 거리가 먼 낮은 수준에 그쳐 봐주기식 징계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논란이 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 대출 행위에 대해 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 위반으로 판단, 기관경고 조치를 하기로 심의하고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의 임직원에 대해선 주의 및 감봉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의 제재 수위는 일반적으로 업무 전부정지, 업무 일부정지, 기관경고, 기관주의 순으로 결정된다. 당초 금감원은 발행어음 사업 일부 정지를 통보했지만 기관경고 징계를 내린 만큼 이번 조치는 사실상 경징계로 그친 셈이다.

임직원에 대해서도 해임 권고 등 강도 높은 제재가 예상됐지만 주의 및 감봉으로 완화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대출한 자금이 사실상 발행어음 업무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은 개인 대출에 활용할 수 없지만 SPC를 통해 최태원 회장 개인에게 발행어음 자금을 대출해준 것이 부당한 대출이라는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단기금융업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고 이 SPC는 해당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키스아이비제16차를 거쳐 최 회장에게 흘러갔고 이는 개인대출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이 키스아이비제16차의 업무수탁자이자 자산관리자로서 SPC를 대신해 자산운용 등의 업무를 수행한 이상 사실상 한국투자증권과 최 회장 간의 거래라는 것이다.

제재심 위원들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했을 때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최종 징계 결정은 중징계가 아닌 기관경고에 그쳐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사실상 개인에게 대출해준 것으로 판단했다. 즉 자산에 대한 지배나 경제적인 손익의 귀속, 거래 동기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개인 신용공여를 해줬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이 발행어음 사업자에 대한 첫 제재 사례라는 점 등을 고려해 기관 제재를 다소 감경하고 그에 맞춰 임직원 제재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경고 징계도 낮은 수위는 아니다”며 “시장에 개인 신용공여 금지라는 충분한 시그널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감원 제재심의 결정은 향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