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주권 찾은 ‘한국산 딸기’ 해외서 더 반겨요”
“종자주권 찾은 ‘한국산 딸기’ 해외서 더 반겨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4.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 만에 매향·설향 등 국산종자 점유율 90%↑
수출규모도 11배 확대…제1위 수출국은 ‘홍콩’
유망품종 ‘킹스베리·금실’ 수출 잠재력 높아
오성진 딸기수출협의회장. (사진=오성진 회장)
오성진 딸기수출협의회장. (사진=오성진 회장)

인터뷰/오성진 딸기수출협의회장

새빨간 색깔에 달콤한 향까지 남녀노소 두루 좋아하는 과일로 제철만 되면 유통·식음료 업계가 앞 다투어 다양한 신메뉴와 한정판을 내놓는다. 10여년 전만해도 일본 등 수입산 종자 일색이었지만 이제는 국산 품종 점유율이 90%를 뛰어넘었다. 국내 연간생산액은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원(추정치)을 웃돌며 전체 원예작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홍콩·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해외에 활발히 수출되며 대표적인 한류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화려한 색감과 달콤한 맛으로 해외에서도 인정한 한국의 ‘딸기’다.

과거 노지재배가 주를 이뤘던 딸기는 봄철인 3~5월에 수확이 집중돼 ‘봄 딸기’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설온실 재배가 확대되면서 이제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수확돼 국내외에 공급되고 있다. 초겨울부터 수확이 시작되기 때문에 더는 봄 딸기가 아닌 ‘겨울딸기’라고 부르는 게 맞다.

딸기는 내수는 물론 해외에 활발히 수출되고 있다. 우리가 육종한 수출용 겨울딸기 품종이 농가에 보급되고 정부와 지자체, 수출업계가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수출규모가 2007년 423만5000달러(453t)에서 2012년 2427만달러(2525t)로 5년 사이에 6배가 늘었고, 지난해는 4751만1000달러(4900t)에 이른다. 10여년 사이에 금액과 물량 모두 무려 11배 이상 증가한 것. 이처럼 한국산 딸기가 해외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왜일까? 오성진 딸기수출협의회 회장(엘림무역 대표)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딸기수출협의회가 어떤 조직인지 궁금하다.
수출용 딸기 품질관리와 안정적인 물량공급, 수출 질서 확립 등을 통해 한국산 딸기의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2011년에 조직됐다. 올 3월 기준 36개 수출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딸기 생산자와 정부, 수출지원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 들어 한국산 딸기 소비가 활발히 늘고 있는 태국과 베트남에 대대적인 미디어 홍보를 하는 등 수출사업뿐만 아니라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산 딸기’가 해외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국산 수출품종인 ‘매향’과 ‘설향’이 미국산 등 다른 경쟁제품보다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아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매향의 경우 평균 13~14브릭스(당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물 100g에 녹아있는 사탕수수 설탕의 그램 수를 뜻함) 수준의 고당도에 높은 경도(단단함의 정도)로 저장성까지 좋아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껏 대표 수출용 딸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설향 역시 평균 이상인 10~12브릭스의 당도와 함께 수량성이 뛰어난 강점이 있다.

해외 바이어와 유통업체는 한국산 딸기를 판매단가가 높으면서 회전율도 좋아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타’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와 aT, 지자체가 딸기 수출에 관심을 갖고 해외시장에 시식·판촉 등 마케팅을 적극 펼친 덕분에 ‘수출효자품목’으로 등극하게 됐다.

베트남 대형마트에서 진행된 한국산 딸기 판촉행사.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베트남 대형마트에서 진행된 한국산 딸기 판촉행사.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인도네시아 지역에 수출된 한국산 딸기 포장.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인도네시아 지역에 수출된 한국산 딸기 포장.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산 딸기를 선호하는 주요 수출국은 어디인가.
최대 수출국은 홍콩이다. 지난해 기준 1745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액의 37% 정도를 차지했다. 홍콩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딸기 물량의 70%는 대형마트에 공급되며 도매시장과 고급호텔, 베이커리를 비롯한 식자재용으로도 소비되고 있다. 2위는 1130만달러 규모로 수출된 싱가포르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한국산 딸기가 이미 대중화됐다. 수출시기와 제품 규격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나 보통 250g 한 팩 기준 3000~6000원선이다. 고급품의 경우 330g에 4500~7000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현지 수입과일과 비교해 고가지만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 모든 소비층이 선호하고 있다.

이어 태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에서는 한국산 딸기가 프리미엄 수입과일로서 현지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자국산 딸기보다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SNS 홍보로 호감도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베트남은 한류 인기와 더불어 박항서 감독을 앞세운 미디어 홍보효과에 힘입어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중·고소득층에게 고급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외에 중동과 호주, 미국·캐나다 등 북미시장까지 해외 20여개국에 한국산 딸기가 진출했다.

-매향·설향 등이 농가에 활발히 보급되며 수입산을 밀쳐내고 ‘딸기 주권’을 찾았다. 두 품종 외에 수출 가능성이 높은 다른 국산 품종을 꼽는다면.
‘금실’과 ‘킹스베리’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실은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매향과 설향을 교배한 2세대 프리미엄 품종으로 높은 당도와 경도, 훌륭한 풍미 등 장점을 고루 갖췄다. 수량성이 높고 재배도 쉬워 최근 들어 농가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이 육종한 킹스베리는 한 알 무게가 일반 딸기의 2~3배 수준인 평균 60~70g으로 계란보다 큰 왕특대형과 품종이다. 당도는 평균 10브릭스 정도로 은은한 복숭아향과 함께 맛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단 수출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유통과정에서 물러짐 등이 최소화되도록 경도를 현재 수준보다 좀 더 높여야 한다.

국산 수출품종인 매향 딸기. (사진=농촌진흥청)
국산 수출품종인 매향 딸기. (사진=농촌진흥청)
수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국산 품종의 금실딸기. (사진=농촌진흥청)
수출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국산 품종의 금실딸기. (사진=농촌진흥청)
한 알 무게가 일반 딸기의 2~3배 수준인 국산 품종의 '킹스베리' 딸기.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 알 무게가 일반 딸기의 2~3배 수준인 국산 품종의 '킹스베리' 딸기.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 강화해야 할 점은.
지난해 말 전국 단위의 수출농가와 수출업체가 참여하는 딸기 수출통합조직인 ‘K-Berry(케이베리)’가 조직됐다. 그간 산지별·업체별로 다소 편차가 있었던 수출용 딸기 품질을 통합 관리하는 한편 수출단가를 투명화해 해외시장에서 우리 간의 과당경쟁이나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딸기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출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질랜드의 ‘제스프리’가 그런 예 중 하나다. 케이베리 조직도 같은 맥락이다. 창구를 단일화하면 해외 바이어·유통업체와의 거래 교섭력이 지금보다 훨씬 향상될 수 있다. 수출단가와 물량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직 내 생산자와 수출업체 등 참여자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기보다는 ‘수출 확대’라는 대의를 위해 양보와 타협,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