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이명박 측 요청으로 다스 소송비 대납"
이학수 "이명박 측 요청으로 다스 소송비 대납"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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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항소심서 증인 출석…"이건희 회장에 보고"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법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돈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7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기일을 열고 이 전 부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받는 '삼성 뇌물수수' 혐의의 진위를 가릴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전 부회장은 그간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행방이 묘연했으나 이날 전격적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제출한 자수서 내용과 비슷하게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다스의 미국 소송을 맡은 로펌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2007년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찾아왔다"면서 "김 변호사로부터 미국에서 맡은 법률 조력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을 삼성에서 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 대통령 후보 측에서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께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를 이건희 회장에게 말씀드리니 그렇게 하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분위기 상 회장님께 누구를 직접 데려가서 보고하기는 어렵다"면서 "주로 보좌진 중 제일 지위 높은 제가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방침을 받는다"고도 부연했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삼성이 요구받은 돈에 대해 "김석한 변호사 개인이 아닌 대선 캠프에서 요청한다는 취지였다"면서 "김석한 개인을 삼성에서 도울 일이 없다"고도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나 청와대에서 그런 요청을 하면 통상 기업에서 거절하기는 어렵다"며 "도우면 회사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다만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이건희 회장의 사면 등 현안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전 부회장은 "특정 사안에 도움을 받으려 했다기보다는 도와주면 회사에 유익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재차 말했다.

또 이 전 부회장은 "2009년에도 김석한 변호사가 청와대에 들러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만나고 왔다고 하면서 대통령이 도움을 고마워하고 있으며, 계속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거기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 같은 증언을 내놓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주로 반대편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BBK에 투자한 돈을 반환받기 위해 진행하던 소송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검찰 조사에서 제출한 바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