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모비스, 엘리엇과 주총 대결서 완승…‘정의선 시대’ 지배구조 재편 촉각
현대車·모비스, 엘리엇과 주총 대결서 완승…‘정의선 시대’ 지배구조 재편 촉각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3.2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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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배당·사외이사 선임 제안 모두 부결 돼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 신규 대표이사 선임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 (사진=현대자동차)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와 표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정의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실패한 지배구조 재편도 탄력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현대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이사회의 제안은 원안대로 통과되고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현대차의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을 포함해 모두 1만1117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참여 주주들의 의결권 있는 소유 주식 지분비율은 총 주식 수의 82.1%다.

우선 첫 번째 표 대결이 이뤄진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과 기말배당 승인이다. 배당과 관련해 현대차 이사회는 보통주 기준 현금배당을 주당 3000원으로 제안했고 엘리엇은 이보다 높은 주당 2만1967원으로 제안했다.

서면표결을 진행한 결과 이사회가 제안한 주당 3000원 방안이 86%의 찬성을 얻었다. 엘리엇의 제안은 단 13.6% 찬성에 그쳤다.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 표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사회는 신임 사외이사로 내세운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 3명 모두가 77∼90% 찬성을 얻어 선임안이 통과됐다.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 시대 개막’도 알렸다.

현대차는 사내이사에 정의선 부회장(재선임)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재선임),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신규선임) 등 3명의 선임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이날 이사회 열리는 현대차 신규 대표이사에 선임된다.

정 부회장이 신규 대표이사에 오르면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정의선 시대의 개막은 정 부회장이 지난 1999년 자재본부 구매실장으로 입사한 이후 20년 만이다.

현대모비스도 같은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에 완승을 거뒀다. 이날 서울 강남구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열린 제42회 현대모비스 정기 주총에서는 배당금 확정, 정관 변경, 사외·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표결했다.

우선 배당안의 경우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보통주 4000, 우선주 4050원이 69%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반면 엘리엇이 제안한 주당 2만6399원은 11% 찬성표를 얻는데 그쳤다.

엘리엇이 제안한 이사회 구성도 출석 주주 3분의 2를 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엘리엇은 이사회 구성을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제안을 내놨다.

사외이사 선임은 현대모비스가 추천한 칼 토마스 노이만과 브라이언 존스가 선임됐다. 사내이사도 정몽구 회장, 박정국 사장, 배형근 부사장을 선임하는 안건도 문제없이 통과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엘리엇과 주총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아직 대결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엘리엇의 반대에 가로막혀 무산된 지배구조 재편안이 남았다. 지난해 지배구조 재편 추진 당시 정 부회장은 “사업경쟁력과 함께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지배구조 재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경쟁력 제고 방안와 주주 소통 강화를 내세웠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이날 주총 영업보고에서 “올해 역대 최다인 8종의 신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쏘나타와 제네시스 G80, 브라질 HB20 후속 등 주력 볼륨 모델, 현지 특화 차종과 더불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신차 출시로 SUV 풀라인업 구축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을 통해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