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재난 수준인데…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없다
미세먼지 재난 수준인데…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없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3.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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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예산 등 한계로 유치원·초등학교 우선 설치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는 어른보다 아이들한테 더 치명적이라던데..."

초고농도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사상 최악 수준을 기록하면서 유해물질에 특히 취약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최대한 외출을 자제시키고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쉼 없이 작동시키고는 있지만 문제는 학교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학교에 요즘 같은 때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공기청정기 등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6일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달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중·고등학교 교실 중 무려 74%에는 아직까지도 공기정화장치가 없다.

구체적으로 전국 2만877개 학교 27만2728개 교실 중 41.9%(11만4265개)에 공기청정기나 기계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학급별로 봤을 때 유치원 교실에는 97%, 초등학교 75%, 특수학교 73.9%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었으나, 중학교 교실은 25.7%, 고등학교 교실은 26.3%에만 공기정화장치가 있었다.

이처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에 공기정화장치 설치율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은 예산 등의 문제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예산 등의 한계를 고려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우선 설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매우 컸다.

대전·충남·세종은 관내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됐었으나,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기가 좋은 곳으로 인식됐던 제주도는 단 한 곳에도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학부모들은 학교 관리자들이 근래의 미세먼지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여 '숫자 채우기' 식이 아닌 성능 등을 고려한 공기정화장치를 시급히 설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초미세먼지까지 제대로 걸러주는 헤파필터가 설치된 공기정화장치의 설치가 필수적이다"면서 "학부모가 믿을 수 있는 장치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관계 당국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학급의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대응 설비와 석면제거 등 안전상황을 점검해 빠르게 지원할 계획이다.

실제 교육부는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시기를 최대한 앞당긴 뒤 중·고등학교에도 설치를 서두를 방침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공기 정화기를 설치하고는 있으나, 너무 용량이 적어서 별 소용이 없는 곳이 많다"며 "대용량의 공기 정화기를 빠르게 설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