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측 구속집행 정지 요청…“사람이 우선 살아야”
김기춘 측 구속집행 정지 요청…“사람이 우선 살아야”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2.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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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혈관 시술받은 고위험 환자”…급사 위험 주장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김기춘(80)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이 건강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를 요청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25일 서울고법 형사4부(조용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8차 공판에서 “사람이 우선 살고 봐야 정의구현도 되는 것”이라며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구속집행 정지는 법원이 결정하며 구속영장 효력을 유지한 채 구속의 집행만 정지해 석방하는 제도다. 주로 피고인의 병세가 위중하거나 출산, 가족의 장례 참석 시 주로 활용된다.

앞서 김 전 실장 측은 지난해 11월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할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장이 변경된 이후 처음 열린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은 80세의 고령으로, 심장 혈관에 스텐트 시술을 한 고위험 환자”라며 “피고인의 의료 기록을 검토한 의사가 ‘급사’ 위험을 언급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 지원단체 배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며 “두 사건이 병합돼 재판받았을 경우를 고려해 선처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14~2015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상대로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23억원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하라고 요청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행위가 비서실장의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고 업무적인 형식과 외형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면서 직권남용죄는 무죄를 인정했다.

다만 자금 지원을 강요한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침해했다고 봤다.

변호인은 강요죄 유죄 판단에 대해 “1심의 논리대로라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가 아닌 ‘협조 요청’을 해도 강요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라며 “상당히 위험한 법리”라고 비판했다.

강요죄가 인정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변호인도 “지금까지 정부가 민간에 협조를 요청해 진행한 일이 수없이 많다”면서 “상대가 부담을 느꼈다고 해서 강요죄를 인정한다면 광범위한 형사책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동조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