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메르스에 걸려 사망…법원 "국가가 배상해야"
병원서 메르스에 걸려 사망…법원 "국가가 배상해야"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9.02.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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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메르스 역학조사 부실…'104번 환자' 유족에 1억 배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남성에 대해 법원이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남인수 판사)은 지난 21일 메르스 '104번 환자'였던 A씨의 유족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아내에게 국가는 3790여만원을 지급하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해 위 돈 중 66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의 자녀 3명에겐 국가가 각 2160여만원씩 지급하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해 위 돈 중 4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5월 아내와 함께 복통을 호소하는 자녀를 데리고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걸렸고, 그해 6월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8일 만에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병원과 국가가 메르스 사전 감염 예방과 메르스 노출 위험을 고지하는 등 사후 피해확대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A씨가 사망하게 됐다"며 2015년 9월 총 1억72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우선 보건 당국이 1번 환자가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과실과 A씨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병원에 대해서도 A씨를 1그룹 밀접 접촉자가 아닌 5그룹 비밀접 접촉자로 잘못 분류한 것에 대해 책임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메르스의 치명률이 약 40%인 점, 현재까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고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되지 않아 감염환자에 대해선 대증적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해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