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싣고가는 손 잡아주시길" 故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환자 싣고가는 손 잡아주시길" 故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2.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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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직원들이 줄지어 헌화를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직원들이 줄지어 헌화를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싣고 갈 때 저희의 떨리는 손을 잡아 주실 것으로 믿는다."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응급의학 전문가들과 국립중앙의료원 동료 의사, 유족 등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참석자들은 깊은 슬픔 속에서 눈물을 삼키며 서로의 아픔을 위로했다. 윤 센터장의 어머니는 차마 손에 든 국화꽃을 내려놓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날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선생님께 경외감을 느껴왔다"면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선생님은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라는 세간의 진리를 무시하고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했다"며 "센터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정의감과 사명감을 화력으로 삼아 본인 스스로를 태워 산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센터장을 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인 신인 '아틀라스'(Atlas)에 비유했다.

그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테메우스의 형제인 '아틀라스'(Atlas)는 지구 서구에 맨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면서 "해부학에서 아틀라스는 경추 제1번 골격으로 두개골과 중추신경을 떠받쳐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도입될 닥터헬기에 윤 센터장의 이름을 새겨 넣겠다"면서 "아틀라스가 홀로 짊어진 짐을 우리가 나눠 제대로 된 기능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창공에서 뵙겠다"고 말했다.

장례위원장인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개척자인 윤한덕 선생님, 당신이 염려한 대한민국 응급의료 현장은 당신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됐다"며 울먹였다.

정 원장은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는 나라 등 당신이 헤쳐 온 일들의 고민과 깊이를 세상은 쫓아가지 못한다"면서 "60년된 낡은 건물 4평 남짓 방에서 숱한 밤 싸운 당신을 우리는 잦ㅂ아주지 못했다.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보내는 존경와 애도의 마음이 전해져 천국의 길이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제는 답답한 마음 내려놓고 우리를 지켜봐달라.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우리는 선생이 남긴 숙제들을 묵묵히 이어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군은 "전 아버지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알고 있고 이해한다"며 "응급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평생의 꿈이 아버지로 인해 좀 더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며 담담하게 아버지를 배웅했다.

장례절차를 마친 윤 센터장의 시신과 영정을 실은 영구차는 유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례식장을 떠났다. 윤 센터장의 두 아들과 아내는 영구차에 실린 관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센터장의 어머니는 "아들아 한번 안아보자"라며 끝내 관을 붙잡고 오열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께 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사무실에서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환자가 몰리는 설 연휴 응급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초과근로를 하다가 과로사 한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윤 센터장의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 옮겨져 안장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