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 학교 운동부 비리 여전…'엘리트 체육' 그림자
[체육계 미투] 학교 운동부 비리 여전…'엘리트 체육' 그림자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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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체육계 미투'로 인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교 운동부에서도 고질적인 비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결과에 치중된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에 대한 비판이 더욱 게서지고 있다. 일각에선 학교운동부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체육특기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성비위에 불법찬조금…여전한 학교 운동부 비리

2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운동부에서는 지도자 지위를 이용해 학생선수에 성비위를 저지르거나 수천만원대 불법찬조금을 조성하는 등의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

2016~2018년 성관련 학생 운동부 지도자 감사결과를 보면 경기지역에서 최근 3년간 운동부 지도자 3명이 비위로 해임됐다.

2017년 경기 A중학교 운동부 코치는 학교 화장실에서 나오던 당시 14세의 학생선수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으로 해임됐다.

지역교육청별 종합감사 보고서에서는 학교와 운동부 지도자가 학부모들이 불법찬조금을 조성하는 것을 방조한 사실이 발견됐다.

도내 A고등학교 축구부 감독교사는 축구부 학부모회에서 2017년 동계훈련비 지원 등을 목적으로 불법찬조금 2500만원을 조성하는 것을 알고도 침묵했다.

A고교는 민원인이 불법찬조금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학부모 등 관련자에 대해 조사를 하지도 않고 조사결과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축구부 감독교사는 경징계(감봉 1월) 처분을 받았고, A고교는 교육청으로부터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운동부 비리는 만연했다.

지난해 경남지역 한 중학교에서는 야구부 선수 학부모회가 간식비·대회 출전비 등 명목으로 별도 회비를 걷어 감독·코치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고등학교 유도부 코치들이 학교 운영비를 가로채고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은 혐의(횡령 등)로 불구속 입건됐다.

◇ 얼룩진 엘리트 체육…체육특기자전형 존폐론 재점화

전문가들은 이처럼 학교 운동부 비리가 고질적으로 자리 잡은 데는 결과 우선주의에 매몰된 한국의 '엘리트 체육'이 주요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엘리트체육과 직결된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체육특기자 제도는 1972년 교육법 시행령에 '체육특기자 무시험 특별전형'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운동에 우수한 자질이 있는 선수가 상급학교에 진학할때 특례를 주는 내용이다.

경기 성적으로 대학을 갈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의 엘리트 체육은 급격히 발견했다. 동시에 운동부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용인 받는 근거로도 작용했다.

또 체육을 대입을 위한 수단으로 삼은 학부모가 생기는가 하면, 지도자들 간 돈 거래나 승부조작,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등의 부작용도 생겨났다.

최근 학계와 교육계 등에서는 대학입시 전형에서 체육특기자 전형을 없애는 것이 체육계 전반의 비리를 없애는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기자 전형이 있으면 아무래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 인맥이 동원되고 주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등 부정이 개입될 개연성이 크다는 이유다.

반면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엘리트 스포츠를 통한 국가적 경쟁에서 수월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체육특기자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것이다.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체육특기자 대입전형을 유지하되 학생 선수들이 기본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하고, 대입전형을 공정하게 관리할 것을 주장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특기자 전형 폐지 여부는 각 대학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지표를 통해 특기자전형 축소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