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19 철도안전 현주소] ①코레일→외주→비정규직…국민안전 떠넘기기
[단독][2019 철도안전 현주소] ①코레일→외주→비정규직…국민안전 떠넘기기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9.01.02 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회사 코레일테크 유지보수 실무자 중 정규직 0명
코레일, 관리 선로 1200km 늘었지만 인력충원 찔끔
전문가 "열차사고 방지 위해 정비 전문가 양성해야"
지난달 8일 오전 7시35분경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8일 오전 7시35분경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KTX 열차가 탈선했다. 최고 시속 300km로 달리는 열차가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철도와 안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여야 하지만, 철길 위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인재는 오히려 철도와 사고 사이의 끈끈함만을 반복적으로 확인시켰다. 안전은 왜 철도와 완전한 결합을 이루지 못할까? 그들만의 리그로 굳어져버린 철도조직과 그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는 '위험의 외주화', 그리고 늘어나는 선로 길이를 따라잡지 못한 후진적 안전관리체계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편집자주>

철도전기설비와 열차, 궤도 유지관리업무 등을 맡은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테크'. 현재 이 회사의 정비 담당 인력 중 정규직은 단 한명도 없다. 전문가로 성장해야 할 정비인력은 비정규직 형태로 매해 수십·수백명씩 늘었다가 줄기를 반복할 뿐이다.

코레일의 경우 지난 4년간 관리해야 할 선로 길이가 1200km가량 늘었지만, 직고용 정비인력 충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코레일은 외주사에 외주사는 다시 비정규직에 우리나라 철도 안전을 떠넘겨 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안전 인력 운용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 비정규직만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2일 신아일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테크 정비인력·외주화 실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코레일테크 정비 실무자는 모두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테크 기술본부 전기·차량·시설사업처 3곳에서 실제 정비 실무자인 '공무직' 중 정규직은 지난 2013년 이래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각 부처 인력 관리자인 일반직뿐이었다.

코레일테크 기술본부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에 대한 △설비 유지관리 △차량 정비·개조 △부품조달·공급 △궤도 공사·유지관리 △토목구조물 안전진단 외주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기술본부 총원 597명 중 93%인 561이 비정규직이었다. 부처별로는 전기사업처와 차량사업처 각각 241명과 55명 전원 비정규직이었으며, 시설사업처는 36명이 무기계약직이고 265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그나마 올해 전기사업처 239명 중 205명과 시설사업처 616명 중 546명이 대거 무기계약직으로 선발돼 총원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줄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규직은 0명이다.

특히, 부서별로 일감 유무에 맞춰 인력을 운용한 결과 코레일테크 기술본부 총원은 매해 최소 10명에서 최대 700명 이상 줄었다 늘어나는 형태를 보였다. 꾸준한 경험 축적을 통해 정비인력 전문가로 성장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연도별 기술본부 총원은 △2013년 941명 △2014년 788명 △2015년 850명 △2016년 839명 △2017년 597명 △2018년 1275명으로 집계됐다.

코레일테크 기술본부 인원 현황.(자료=박재호 의원실·코레일테크)
코레일테크 기술본부 인원 현황.(자료=박재호 의원실·코레일테크)

코레일테크 관계자는 "비정규직 위주 인력운영은 코레일의 경쟁입찰 방식 외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1~2년 단위 단기 유지관리 사업을 민간과 경합하는 상황에서 사업 수주에 실패할 경우 정규직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이 같은 정비인력 운용 형태로는 안전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지보수 미흡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人災)를 방지하려면 정비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철도학회 소속 한 철도전문가는 "철도안전법에 의해 코레일이 관리하는 차량이나 부품 등은 모두 철저한 완성품 검사를 거쳐 들어온 것이기에 관련 고장 대부분은 미흡한 유지보수 탓"이라며 "열차 사고의 경우 전기 및 통신, 열차, 궤도 등 수만 가지 부품의 다양한 측면에서 미세한 실수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숙달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 2019년 올해도 안전 외주화는 '계속'

코레일이 직접 수행하는 유지보수 업무 담당 인력은 매년 늘어나는 선로 길이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인력 증원 대신, 지난해에만 총 9곳의 고속·일반선 유지보수 업무를 외부 민간업체에 추가 위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코레일이 관리하는 선로는 지난 2014년 8465km에서 2017년까지 9693km까지 14.5%(1228km) 늘었지만, 같은 기간 코레일 전국 16개 본부 시설기술단 총원은 4124명에서 4186명으로 1.5%(62명) 찔끔 증원됐다.

이와 함께 작년 외주한 선로 유지보수 구간은 고속선 금천구청~부산역 및 수서~평택역 2곳과 일반선 △전라 금지~개운역 △중앙 양원~국수역 △전라 신리~곡성역 △경북 김천~예천역 △동해 신경주~포항역 △안산 금정~인천역 △충북 조치원~달천역 7곳 등 총 9개 구간이다.

인력당 정비량이 대폭 늘었지만, 코레일은 관련 인력을 증원할 계획은 없는 상태다. 현재 진행중인 올해 상반기 공채 중 현장 유지보수 인력 채용규모도 퇴직자 메꾸기 수준에 그쳤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공채에 비해 올해 공채 규모는 늘었지만, 특별히 정비인원을 더 늘리려는 의도는 아니며, 퇴직 또는 퇴사자 등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레일 공채 중 차량·토목·건축·전기통신 등 정비인력 채용 규모는 △2017년 하반기 508명 △2018년 상반기 450명 △2018년 하반기 400명 △2019년 상반기 785명이다.

지난해 코레일 선로 유지보수업무 외주 현황.(자료=박재호 의원실·코레일)
지난해 코레일 선로 유지보수업무 외주 현황.(자료=박재호 의원실·코레일)

안전업무에 대한 외주화와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문제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토부는 인력 문제는 코레일과 코레일테크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노동계에서 인력 부족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최근 향상된 기술에 비춰 인력이 더 필요한지 아닌지 진단 없이 증원을 결정할 순 없다"며 "외주 업무 영역은 (코레일) 운영 사정에 맞춰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고용안정 측면에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철도 안전하고 그것은 관계가 없고, 그 쪽(코레일과 코레일테크) 차원에서 움직여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5년간 코레일이 관리하는 차량의 고장 원인 중 절반 이상은 부품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58% △2015년 61% △2016년 58% △2017년 50% △2018년 11월 기준 60%다. 

차량검수 및 선로·시설 유지보수, 열차 승무업무 등을 수행하는 코레일 현원 대비 외주인력 비율은 △2010년 23.3% △2011년 24.3% △2012년 24.6% △2013년 25.7% △2014년 26.9% △2015년 29.6% △2016년 30.8%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