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구금시설…인권위 "인간존엄 훼손"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 구금시설…인권위 "인간존엄 훼손"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2.17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권위, 직권조사 후 법무부장관 등에 대책 마련 권고
지난해 수용률 115.4%…여성 전용 수용률 186% 달해
"구금시설 과밀수용은 인권침해…범정부적 해결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구금 시설이 한계 인원을 넘어 수용하는 건 국가 형벌권을 넘어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구금 시설의 과밀 수용으로 인한 수용자 인권침해에 관해 직권조사하고, 구금 시설 신·증축 등 대책 마련 시행, 가석방 확대 방안 마련 등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을 구현, 미결 구금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국무총리에게는 법무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해 과밀 수용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구금시설 과밀수용 관련 인권침해에 대해 출범 이후 수차례 개선 권고를 해왔으나 2013년 이후 수용율(수용 정원 대비 실제 수용 인원)이 해마다 증가, 지난해 말 기준 115.4%를 기록했다.

특히 대도시 주변 구금 시설의 수용률은 124.3%로, 전체 평균보다 8%포인트가량 높은 수용률을 보였고, 여성 수용자의 경우엔 전용 교정 시설이 전국에 부산구치소 하나 밖에 없어 수용률이 185.6%에 달했다.

인권위는 "과밀 수용에 따른 수용자 인권침해는 올해 같은 혹서·혹한기에 더욱 심각해져 수용자 간 다툼·입실 거부, 징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빚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권위 직권조사에서 한 수용자는 "(수용률이 높은 곳에서는) 사람을 교화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더 악랄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구금시설에 수용자 과밀 수용하는 모습 (사진=인권위)
구금시설에 수용자 과밀 수용하는 모습 (사진=인권위)

인권위는 "국제사회에서도 수용자에게 굴욕적이며 비인간적인 처우를 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수용자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해 우리 사회 구성원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행형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금시설의 과밀수용은 국가 형벌권을 넘어 6만여 수용자의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 이번 직권조사 결과, 과밀 수용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 법원과 검찰의 불구속 재판과 수사의 원칙 구현 노력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용자는 최근 5년간 26% 증가하면서 지난해 미결구금 수용자가 전체 수용자의 35.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구금시설 추가 확보가 지역주민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과밀수용의 원인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구금 시설 과밀 수용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법무부뿐 아니라 범정부적인 협의, 법원과 검찰의 불구속 재판과 수사의 원칙 구현, 교정시설을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인식의 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