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강제징용 日기업 대리인 만났다
‘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강제징용 日기업 대리인 만났다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8.12.03 13: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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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블랙리스트 자필 서명…혐의 입증할 핵심 단서
검찰 “소환 일정 고려 중…수사 기간 정해두지는 않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양승태(70) 전 대법원장과 일제 강제징용 사건의 가해자 측을 대리한 법률대리인이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사법부의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의혹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이 전범기업 측을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해당 사건에서 일본기업의 변호를 맡은 로펌의 한모(68) 변호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수차례 만나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앞서 지난달 12일 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조사에서 3차례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이 로펌의 다른 변호사들을 만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조사국장,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장(현 의정부지법원장)을 지낸 뒤 1998년부터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했다.

검찰은 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당시 사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연루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압수수색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치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를 확보해 특정 사건이나 비위에 연루되지 않았음에도 문건에 거론된 법관들이 실제로 부당한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조사해왔다.

검찰은 이 문건들에 법원행정처장은 물론 대법원장의 자필 서명도 명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당시 고위급 간부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체적인 소환 일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두 전직 대법관 수사에 집중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 조사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근 나온 여러 상황들과 관련해 추가로 규명할 것들이 있어 소환 시기를 미리 언급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달 내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관측하지만, 새로 드러난 혐의사실을 규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으로 수사 마무리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위해서는 수사 기간을 미리 정해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