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능선 넘은 '사법농단' 수사…양승태 본격 '정조준'
9부능선 넘은 '사법농단' 수사…양승태 본격 '정조준'
  • 안우일 기자
  • 승인 2018.12.03 16: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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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법관 영장 발부 주시하며 막바지 수사 박차
양승태 직접 개입 정황 확인…이달 중순께 소환 전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실상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정조준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언제쯤 소환해 조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아오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고, 그 후임자인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처장직을 수행했다.

이들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강제징용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고처분 관련 행정소송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에 대한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일부 판사들의 비위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은 직무유기 등의 혐의가 적시됐다.

그간 수사팀은 두 전직 대법관이 혐의를 정하지 않고 부인하는 취지로 일관함에 따라 인신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내부 방침을 일찌감치 정하고 이들의 혐의사실 보완에 주력해왔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사후보고만 받았다'는 식으로 책임을 실무선에 떠넘기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두 전직 대법관과 관련한 혐의사실 대부분을 보고받거나 지시를 내리는 등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공범'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과 관련해 전범기업 측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한모 변호사와 수차례 접촉한 것은 물론 독대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한 변호사에 대한 소환 조사에 이어 지난달 12일 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사법행정이나 특정 재판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들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이 연루된 단서를 포착했다. 이들 문건에는 법원행정처 차장-행정처장-대법원장 순으로 자필 서명이 기재돼 있었다.

일단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으로 공이 넘어간 만큼 앞으로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수사의 칼끝을 본격적으로 겨눌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을 이르면 이달 중순께 소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소환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두 전직 대법관 수사에 집중하는 단계지만 양 전 대법원장 조사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며 "양 전 대법원장 직접 조사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김앤장 압수수색과 블랙리스트 등을 포함해 추가로 수사가 진행된 상황이 있어 규명되는 정도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며 "미리 소환시기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새로 드러난 정황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법원의 영장발부 여부에 따라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연내에 마무리될 가능성에 대해 "이번 사건이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엄정하고 정확한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가 본다"며 "신속한 수사도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간을 정해놓으면 엄정한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wils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