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군사법원, 피해자에게 성폭행 상황묘사 강요”
군인권센터 “군사법원, 피해자에게 성폭행 상황묘사 강요”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11.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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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민간법원에서 다뤄야"… 군사법원 즉각 폐지 주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군 내 성폭행 사건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 상황을 묘사하라고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고등군사법원이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과 8년을 선고받은 A소령과 B대령에 대한 해군 소속 여군 장교 성폭행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비판하면서 재판부가 피해자에게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것을 요구했다고 21일 밝혔다.

A소령과 B대령은 각각 성 소수자인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특히 B대령은 피해자에게 성폭행 사실을 보고받은 뒤 재차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로 각각 징역 10년과 8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업무상 위력 관계로 인해 심리적 억압상태에 놓여있어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점이 강간‧강제추행 요건인 항거 불가능한 수준의 폭행‧협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센터는 무죄 선고에 대해 “무죄 판결로 인해 가해자들은 복직도 가능해져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이처럼 법이 성폭력 피해자를 외면한다면 성폭력 피해자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자력구제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센터는 재판부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당시 상황을 시연해보라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피해자는 진술 신빙성을 증명하기 위해 재판정에서 증언하는 가운데 당시 상황을 시연해보라는 몰상식하며 반인권적인 요구까지 받았다”며 “당시 지휘관의 숙소 가구배치의 묘사뿐 아니라 가해자가 어떻게 옷을 벗겼는지까지 증언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무죄로 풀어주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성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 재판을 민간법원에서 진행하게끔 하고 군사법원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j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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