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떼로 열린 '금강산관광', 굴곡의 20주년
소떼로 열린 '금강산관광', 굴곡의 20주년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11.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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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정주영 방북 후 1998년 11월 사업 개시
관광객 피격으로 중단…"1조5천억원 매출 손실"
금강산 삼일포상점. (사진=연합뉴스)
금강산 삼일포상점. (사진=연합뉴스)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꼽히는 '금강산관광 사업'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최근 10년간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한반도 평화 무드에 따른 남북 교류의 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 사업이 실제로 재개될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이고 있다.

금강산관광의 시작은 1989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떼 500마리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으면서다. 그는 남측 기업인으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

이후 정 명예회장과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그해 10월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차 면담을 하면서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같은 현대그룹의 노력으로 1998년 11월 금강산관광이 시작됐다. 그해 11월14일 금강산 관광선인 금강호의 시험 운항이 있었고, 11월18일에 금강호가 역사적인 첫 출항을 했다.

그 뒤론 순탄대로였다. 2003년 2월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이 실시됐으며, 그해 9월 육로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04년 1월부터 해로관광은 중단됐다.

이후 2005년 금강산 육로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해 KBS '열린음악회'가 현지에서 열렸고, 2006년 농협 금강산지점 개소, 2008년 승용차 관광 개시 등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이 활기에 힘입어 내금강 관광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2006년 5월 금강산 내금강을 답사한 후 2007년 6월 내금강관광이 개시됐다.

또 2005년과 7월과 2007년 11월 '개성·백두산 관광합의서'가 체결되면서 현대아산의 대북관광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순조롭게 흘러가던 사업은 2008년 7월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전면 중단의 충격파를 맞았다.

이듬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관광 재개에 합의했으나 당국 간에 재개를 위한 회담에서 양측이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1년 남측 인원을 전원 금강산에서 철수시키기에 이르렀다.

관광 중단 이후에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현대그룹의 관광 시작 15주년 기념식 등이 열렸지만 관광객에게는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남북경협이 중단되자 현대그룹은 위기에 몰렸다.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누적 매출손실은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인 현대아산은 관광 초기 적자에서 벗어나 2005년부터 흑자를 내다가 최근 10년간 224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지 관광 안내 등을 위해 고용한 직원이 없어지면서 2008년 1084명에 달하던 직원 수도 170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사업 재개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간 비핵화 협상으로 대북 사업 재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

이에 현대그룹은 사업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했고, 과거 회사를 떠났던 임직원들도 속속 복귀시켰다.

최근에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과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으로 활동했던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현대아산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하고, 금강산사업소장을 맡았던 김영현 전무를 다시 불렀다.

다만 앞으로의 상황이 순탄하지 만은 않아 보인다.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관광의 정상화의 전제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문구가 들어간 점만 봐도 그렇다.

업계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상황이 가변적이고, 최근 북미 협상 난항 등으로 미뤄 단시일 내에 재개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18~19일 북한에서 4년 만에 개최하는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 행사를 계기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관광 재개의 여건 마련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현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남북한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위한 우리의 사명은 더욱 더 견고해야 할 것"이라며 "선대회장의 유지인 남북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