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주주환원 요구에 현대車 “아직 입장 없다”
엘리엇 주주환원 요구에 현대車 “아직 입장 없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8.11.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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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지분 보유·주주환원 업계 기준 미달
대규모 자사주 매입 요구 등 재차 압박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며 또 다시 압박에 나선 가운데 현대차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자동차그룹 이사진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콘웨이 맥켄지의 독립 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에 대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이며 현대차는 8조원에서 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원에서 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며 “주주환원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업계 기준에 미달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금흐름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보고 방식으로 인해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실제 현금흐름이 왜곡되거나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이번 서신에서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 그룹은 기업 구조에 대한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이사회에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 협업하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현저히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며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업계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주에 투자했다가 입은 대규모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5월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을 얻기 위해 현대차에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주가가 하락한 뒤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은 이 같은 엘리엇의 요구와 관련해 잠재적인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주주총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논란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할 것이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의 주주총회를 최소화하고 주주구성이 유리한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변화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하면서 대응 방침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편 엘리엇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데 반대했다. 지난 8월에는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의 사후 서비스(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시하기도 하는 등 지속적으로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