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에 국회도 함께해야" 포괄적으로만 언급
여야정상설협의체 앞둔 상황서 野 자극 피하려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한 가운데,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야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포용국가·한반도평화·생활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당초 한반도 평화에 대해 연설하는 과정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에 대한 야권의 협력을 촉구하는 언급이 있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관련 언급은 없었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국회도 함께 해달라고 포괄적으로만 언급했다.
비준 동의 문제를 두고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점을 고려해 직접 언급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 판문점선언 처리를 언급할 경우 야당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 오는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야권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연설을 두고 여야의 평가는 극명했다. 여당은 공감을 표한 반면 야당은 "경제현실과 민심에서 동떨어졌다"는 혹평을 내놨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나 혁신성장, 소외계층에 대한 예산 편성안 내용을 설명한 것에 많이 공감했다"며 "야당에서 지적하는 사항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면 얼마든지 반영해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제시한 미래비전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반드시 국민이 모두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변화를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많이 아파하는데 대통령께서는 일자리와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부분에서 전혀 다른 입장을 내고 있어 걱정"이라며 "공기업·공공기관 고용세습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어서 문 대통령이 현실을 너무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느꼈다"고 전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으로 "'함께 잘살기'라는 포장 속에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문 대통령은 아직도 경제위기와 고용참사의 원인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정연설은 실패한 경제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독선적인 선언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소득주도성장으로 망친 경제를 언제까지 '성장통'이라고 우길 것이냐"라며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자화자찬과 변명을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어질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국회의장단과 5당 대표·원내대표들과 차담회를 갖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원만한 처리를 당부했다.
또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도 화두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19대 국회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파의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좋은 안을 내놓은 것이 있으니 국회에서 잘 논의해 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 제안이 즉석에서 나오자 "일단 여야정 협의체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청와대에서 만날 것이고, 5당 대표와도 만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