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퇴직공무원, 짬짜미…경력조작으로 건설용역 따내
서울시-퇴직공무원, 짬짜미…경력조작으로 건설용역 따내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10.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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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교통공사 출신 건설기술자 28% 허위증명 발급
근무 부서·기간 속여 '입찰 참가자격·가산점' 얻어
지난 19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 마련된 국토위 국정감사장에서 박재호 민주당 의원(앞줄 가운데)이 질의하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지난 19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청사에 마련된 국토위 국정감사장에서 박재호 민주당 의원(앞줄 가운데)이 질의하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서울시 및 서울교통공사 출신 퇴직 건설기술자가 허위 경력증명서를 이용해 공공기관과 지자체로부터 용역을 수주하는 불공정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허위경력이 공공용역 입찰 가산점을 받기 위한 용도로 사용돼 시장 공정경쟁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퇴직 건설기술자 허위경력 감사' 현황을 공개했다. 

감사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출신 건설기술 분야 퇴직자 761명 중 202명(28%)이 허위로 경력을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허위경력 기재 사례는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부서의 경력증명서를 발급받거나 근무연수를 늘린 사례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전산화 되지 않은 과거 경력사항을 조작한 것이다.

이같은 허위경력자를 통해 민간업체가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한 감리·설계·진단 용역은 총 45건으로, 수주액은 870억원에 달했다.

허위경력서는 공공기관 발주 용역의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이하 PQ)에서 가산점을 받거나 입찰참가 자격을 얻기 위해 사용됐다.

실제,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PQ 평가시 관련 기술자의 경력점수 비중이 높다는 점을 이용해 지자체·공공기관 출신 허위경력자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PQ 평가에서 기술평가보다 경력자 비중이 크다보니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보다 '수주 전용 임직원'이 더 많은 회사도 있다"며 "기술경쟁보다 경력자 스카우트 경쟁에 치중하는 것은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서울시 및 산하 공공기관 퇴직자가 허위 경력 건설기술자로 참여한 공공용역 현황 중 일부.(자료=박재호 의원실)
서울시 및 산하 공공기관 퇴직자가 허위 경력 건설기술자로 참여한 공공용역 현황 중 일부.(자료=박재호 의원실)

PQ 평가항목 중 업체의 경력 기술자를 평가하는 '참여기술자평가' 항목 점수는 100점 만점에 50점이며, 이 중 업계에서 수주용 임원이라 일컫는 '책임기술자'가 차지하는 점수는 18점이다. 

그러나 허위경력자에 대한 제재는 경력 정정 요구 등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허위경력자들과 이를 이용한 불공정 수주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 의원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에 앞장서야 할 지자체와 공공기관 퇴직자들이 허위경력을 이용해 용역을 수주하는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며 "허위경력 건설기술자들의 업무를 정지토록 하고, 이들이 재취업한 해당 업체의 입찰을 제한하는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앞으로 허위 경력증명서 발급을 차단하기 위해 근무자들의 경력을 전산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경력 확인 체계가 전산화 되지 않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가 많았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건설기술인협회와 (건설기술자) 경력사항을 공유하고 대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