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대한송유관공사 책임론…처벌은 '글쎄'
커지는 대한송유관공사 책임론…처벌은 '글쎄'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8.10.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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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공사 '민간기업'…직무유기 혐의 등 적용 불가
수사팀, 법리 적용 문제 두고 난감한 상황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화재 합동 감식팀이 유증 환기구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화재 합동 감식팀이 유증 환기구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풍등 하나로 국가 주요시설의 수백만 리터 기름이 불탄 '고양 저유소 화재'에 대해 시설을 운영하는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임직원들은 모두 공무원이 아닌 민간기업의 경영진 또는 회사원이라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송유관사업법에 따라 정유 5개사와 항공 2개사가 공동참여하는 형태로 1990년 출범한 '대한송유관공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 3번째로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당시 송유관 네트워크의 운영·유지와 관련해 공공성이 매우 높음에도, 사업 초기 막대한 송유관 건설비에 IMF 외환위기까지 겹쳐 경영 악화 이유로 2011년 SK를 최대 주주로 하는 민영기업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분은 민영화 이전 46.47%에서 이후 9.76%로 감소했다.

민영화 이후에는 'DOPCO'라는 새로운 사명도 만들었지만 널리 활용되지는 못하고 그대로 '대한송유관공사'로 쓰였다.

최대 주주인 SK는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등의 자구책을 펼쳐 흑자기업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 과정이 결국 안전관리 소홀로 귀결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사고 당시 45대의 폐쇄회로(CC)TV를 전담해서 보는 인력이 단 1명도 없었고, CCTV 통제실에 있던 근무자도 18분간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송유관공사의 임직원들은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송유관공사의 임직원들은 모두 공무원이 아닌 민간기업의 경영진 또는 회사원이라 직무유기 등의 혐의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공기업의 직원이라 하더라도 공무원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부 또한 관리감독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나 있어 수사팀도 법리 적용 문제를 두고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사고는 그 피해규모와 여파에 비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혐의 적용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스링랑카 국적 A씨가 지난 7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을 날려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내 휘발유 저장탱크 1기에 폭발 사고를 일으키면서 불거졌다.

이 폭발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휘발유 260만ℓ가 소실되는 등 추정 피해액만 43억원에 달한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