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11조원 규모 M&A ‘올스톱’…성장 시계도 멈췄다
[긴급진단] 11조원 규모 M&A ‘올스톱’…성장 시계도 멈췄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10.03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들어 10여건 인수합병·투자 줄줄이 무산
“신 회장 역할 커…공백 길면 경영 차질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신동빈 회장 구속 이후 롯데그룹의 경영활동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11조원 규모에 달하는 M&A(인수·합병)가 무기한으로 연기되면서 재계 5위 그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가 올해 국내외에서 검토한 M&A 등 사업은 모두 1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추진으로 이어진 건은 전무하다.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사업 중단이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4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의 소유 부지를 매입하는 등 동남아 수출 발판을 마련하고자 힘을 썼지만 이는 현재 1년 6개월이 넘도록 답보상태다. 

이 밖에 베트남 제과업체와 베트남·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등 인수를 포기하거나 무기한으로 연기한 건의 규모를 모두 합하면 총 11조원에 달한다. 

그간 롯데는 M&A를 통해 성장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꾸준히 M&A를 해왔다. 1967년 롯데제과 창립 이후 칠성한미음료(현 롯데칠성음료)·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평화건설(롯데건설) 등을 차례로 인수해 그룹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동양카드(롯데카드)·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등 국내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카자흐스탄 ‘라하트’·미국 ‘뉴욕팰리스호텔’ 등 해외기업들과의 M&A에도 잇따라 성공하며 종합그룹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인수기업 다수는 현재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이는 롯데의 성장 발판이 돼 재계 5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이바지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부재로 롯데의 성장 시계는 멈춰있는 모양새다. M&A나 대규모 투자는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자금이 상당하다. 따라서 그룹 총수가 아닌 개별 계열사가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그 어느 때보다 총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당분간 롯데의 중요한 경영활동이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신 회장 주도로 그룹이 성장해오다 보니 신 회장의 공백이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것 같다”며 “공백이 길어질수록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투자도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