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급증으로 병세 악화된 배송기사… 法 "산재 인정"
업무량 급증으로 병세 악화된 배송기사… 法 "산재 인정"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8.09.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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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기존 지병이 있었더라도 급증한 업무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병세가 악화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제2행정부(안종화 부장판사)는 뇌경색으로 사망한 배송기사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생전 A씨가 고혈압·당뇨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음주와 흡연을 했으며 나이가 5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병이 악화해 뇌경색으로 발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일주일에 3∼4일은 새벽 3∼4시에 출근해 장거리 배송업무를 하며 근무시간이 매주 76∼78시간에 이르는 점, 2012년 1∼2월 기준 20t내외였던 배송량이 그해 9월 66t로 급증한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뇌경색 발병 무렵의 급증한 업무로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했던 기초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며 "결국 뇌경색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도의 한 농산물 판매업체에서 배송기사로 일하던 A씨는 2012년 10월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과도한 배송업무 탓에 뇌경색 등이 발병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요인이 아닌 지병으로 인해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강 악화에 의료비 부담으로 경제적 사정까지 나빠진 A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았고, 다행히 장애인 무료법률구조 대상자에 해당해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소송 중이던 지난 2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내 이씨가 소송을 계속 진행해 최근 승소, 요양급여를 받게 됐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