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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개처럼 사라진 해무] ② 끊어진 정책 연속성…탈선해버린 성장동력
[단독][안개처럼 사라진 해무] ② 끊어진 정책 연속성…탈선해버린 성장동력
  • 천동환 기자·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9.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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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정권 버텨온 사업, 문재인 정부서 '중단'
국토부 전 철도국장 "해무, 들어본 적 없다"
국민 삶 위한 연구개발투자 당위성도 흠집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차세대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결실을 맺었지만, 400㎞/h급 고속열차 상용화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 위기에 놓였다.(열차사진=한국철도기술연구원)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된 '차세대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결실을 맺었지만, 400㎞/h급 고속열차 상용화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 위기에 놓였다.(열차사진=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서울과 부산을 1시간30분대에 연결할 수 있는 고속철도기술이 국토부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10여년간 이어진 시속 400㎞급 고속철도 개발사업의 열매는 국민이 맛을 보기도 전에 썩어버릴 위기에 놓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세계 4번째로 빠른 고속철도 시대를 열게 됐다며 호들갑 떨던 당국자들. 그러나 그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최고 시속 430㎞ 고속열차를 손에서 놔버렸다. 새 정부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데 과거 정권의 결실은 걸리적거리는 존재에 불과했다. 철도 당국자들에게 주인은 언제나 존재하는 국민이 아니라 때마다 바뀌는 정권이었다.<편집자주>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확정 발표한 '제1차 국토교통과학기술 연구개발 종합계획'에는 앞으로 10년간 국토교통 분야 연구개발에 총 9조5800억원(민간투자 포함)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획이 확정되기 2개월 전인 4월13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에 정부·연구기관·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국토교통 연구개발 종합계획을 최초 공개하고, 이에 대한 각계각층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 자리였다.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김 장관은 "생활 수준 향상은 물론 삶의 질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와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토교통 기술 발달은 상상 속 모습을 현실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민 삶에 직접 적용하지 못하는 형식적 연구개발 투자 관행을 경계했다. 대체 어떤 관행이 이 같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일까?

10여년에 걸친 국가연구개발사업 결과물인 고속열차 해무(HEMU-430X)를 통해 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4월13일 서울시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1차 국토교통과학기술 연구개발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영상을 통해 "생활 수준 향상은 물론 삶의 질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와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토교통 기술 발달은 상상 속 모습을 현실화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천동환 기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4월13일 서울시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1차 국토교통과학기술 연구개발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영상을 통해 "생활 수준 향상은 물론 삶의 질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와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토교통 기술 발달은 상상 속 모습을 현실화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천동환 기자)

◇ 정권교체에 10년 열매 낙과(落果)

최고 시속 430㎞ 해무는 3년 전 성능검증을 마쳤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300㎞/h급 고속열차인 KTX에 맞춰 설계된 기존 철도 인프라를 개량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정부의 무관심이다.

이 사업을 주관했던 국토부에는 현재 해무 담당자는 물론 상용화를 위한 계획 자체가 없다.

국토부 철도국 전·현직 국장 및 과장들을 통해 찾아낸 해무 사업의 연결고리는 올해 2월을 마지막으로 끊겨버린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내 철도산업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작된 '차세대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최고 시속 430㎞로 설계된 HEMU-430X 고속열차를 탄생시켰다.

사업은 박근혜 정부로 이어져 2015년 성능검증을 마무리하고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지난해 1월 확정된 '2017년 국토교통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에는 "기존 고속선을 개량만으로 400㎞/h급 운행이 가능하도록 고속화 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바로 다음 달 발표한 '제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도 "그동안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기존 고속철도를 400㎞/h대로 증속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때까지 HEMU-430X를 기반으로 한 400km/h급 고속열차 상용화는 국가적 사업으로 비중 있게 추진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해무 사업은 돌발 상황에 부딪힌다.

2017년3월10일 헌법재판소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2개월 뒤인 5월 문재인 정부가 새로 들어섰고, 다음 달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취임했다. 교통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2차관으로는 맹성규 전 강원도 경제부시장(현 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구갑 국회의원)이 부임했다.

다수의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신임 국토부 장·차관은 전 정권에서 계획했던 해무 상용화에 큰 관심이 없었다.

최고 시속 430㎞ 해무(HEMU-430X)의 상용화 가능성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국토부 산하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됐다. 사진은 국토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철도공단과 코레일의 해무 관련 보도자료 목록 중 일부다.(자료=국토부 홈페이지 캡쳐)
최고 시속 430㎞ 해무(HEMU-430X)의 상용화 가능성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국토부 산하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됐다. 사진은 국토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철도공단과 코레일의 해무 관련 보도자료 목록 중 일부다.(자료=국토부 홈페이지 캡쳐)

◇ 장·차관 무관심 속 담당자도 없어

지난 2월 그나마 국토부에서 유일하게 해무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철도건설과 A 서기관이 타부서로 이동·배치됐다. 이후로 지금까지 국토부 내에 해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없다.

국토부 철도건설과 B 관계자는 "정책적으로 윗선 의지가 약하다"며 "철도국에서 추진 의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차관, 국장이 바뀌면서 생각하는 바가 다른 듯하다"며 "준비는 돼 있으나 추진은 안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국토부 전 철도국장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상황은 좀 더 명확해진다.

박민우 전 철도국장(2015.9.~2017.9.)은 "(고속철도 증속 사업을)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 이후로는 안 된 거로 알고 있다"며 "아마도 사람이 대거 바뀌면서 이어지지를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철도국장을 맡았던 손명수 항공정책실장은 해무에 관해 묻자 아예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 중 예산이나 사업성 등 현실적인 이유로 400km/h급 해무 상용화가 중단됐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10년여 노력 끝에 결실을 보게 된 사업이 정권 교체에 따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상황이다.

해무 차량 개발과 유지보수, 시운전에 들어간 사업비는 1104억43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해무 관련 각종 연구용역비와 시운전 테스트베드 구축비 등 683억원을 더하면 해무를 만들어 내는 데 지금까지 최소 18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사실상 정권 교체와 함께 폐기수순을 밟은 해무의 사례는 앞으로 현 정부가 추진 의지를 밝힌 국토교통연구개발 투자사업(9조5800억원 규모)에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 [단독][안개처럼 사라진 해무] 3편 보기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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