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 정황 없다지만… 여전한 '제주 실종여성' 미스테리
타살 정황 없다지만… 여전한 '제주 실종여성' 미스테리
  • 오영훈 기자
  • 승인 2018.08.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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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반대 편 시신 발견 등 의문… 경찰, 국과수 의뢰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제주 섬 북동쪽에 있는 세화포구 근처에서 실종된 지 일주일 만에 반대편의 남서쪽 해역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30대 여성.

당초 이 여성의 실종 사건을 두고 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2일 시신의 부검 결과 해당 시신에서는 타살을 의심할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여전히 시신의 이동 경로 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보다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과학적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시신을 부검한 강현욱 제주대 교수는 지난달 25일 제주에서 가족 캠핑 중 실종돼 일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최모(38)씨의 부검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최씨의 폐에서 익사자의 전형적인 외형이 일부 나타났다. 반면 결박이나 목 졸림 등 살아있는 상태에서의 상처(생존 반응)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강 교수는 최씨의 시신에서 타살을 의심할 외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씨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소리다.

그러나 의문점은 남아있다. 일주일 만에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물에 빠져 숨진 시신이 무려 100㎞를 넘는 해안선을 따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해상까지 이동한 점이다.

경찰의 면접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도 섬 주변에는 두 가지 해류가 있는데 하나는 동쪽 일본 방면으로 흐르며 다른 하나는 남서쪽으로 향한다.

따라서 우도 근처 해역까지 시신이 흐른 후 남서쪽으로 향하는 해류를 탄다면 가파도 해상으로 갈 수 있다.

경찰은 주민들의 진술을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는 입장이다. 조사한 어민들은 제주 동부 앞바다에서 실제로 조업을 하는 만큼 해당 지역 해류에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신의 이동경로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초 시신의 표류의 방향과 경로는 표류 물체의 무게와 비중, 해류와 조류의 방향 등 여러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태풍 등 극적 변수가 없이 단 7일 만에 100㎞ 이상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된 최씨 사례의 경우는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아주 이례적인 경우다.

실제 해양조사원이 진행한 해류와 조류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표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6~7일 사이 세화포구에서 성산포까지 표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논 바 있다.

최씨가 착용한 민소매와 반바지 등 비교적 헐렁한 옷이 전혀 벗겨지지 않았던 것도 미스테리로 꼽힌다.

통상 바다에 빠져 수일 동안 표류하게 될 경우 복장의 일부가 유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최씨의 시신이 부패하면서 부풀어 올랐고, 물에 젖어 옷이 시신에 딱 달라붙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경찰은 시신 발견 이후에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최씨가 범죄피해를 당한 후 육로나 해로로 옮겨졌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남은 만큼 과학적 분석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씨의 사망 원인에 대한 좀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되는지와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오영훈 기자

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