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드루킹에 '재벌개혁 대선공약' 자문 요청
김경수, 드루킹에 '재벌개혁 대선공약' 자문 요청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7.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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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관련 대화 메신저 입수… "자료 러프하게라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 '드루킹' 김모(49·구속)씨에게 재벌개혁 방안 등 각종 공약을 자문하는 메신저 내용이 확보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씨가 지난 18일 제출한 휴대용저장장치(USB)에서 관련 내용을 포착해 분석 중이다.

해당 USB에는 김 지사와 김씨가 보안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 화면 캡처 파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일 중에는 지난해 1월 5일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가 러프하게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중략)…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고 말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재벌개혁 방안을 10일에 발표할 예정이기에 그 전에 자료를 반영할 수 있도록 목차라도 달라는 내용이다.

김 지사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자 유력 대권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김 지사의 요청에 드루킹은 "논의과정이 필요한 보고서라도 20일께쯤 완성할 생각이어서 준비된 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실제 다음날 주고받은 메시지에서는 김 지사와 김씨가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약속을 잡고 만나는 정황이 포착됐다.

따라서 특검은 이들의 대화가 실제 만남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이 만남의 구체적 경위 등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김지사는 문 당시 대통령 후보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 포럼'에서 발표한 기조연설문에 대한 반응을 김씨에게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월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서 '재벌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시 한창이던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등의 정책구상을 발표했다.

기조연설이 끝난 후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오늘 문 대표님 기조연설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라고 물었고, 드루킹은 "와서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특검은 전후 대화의 맥락상 김 지사가 그날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