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지정 위헌' 주장한 군 법무관 징계 무효 판결
'불온서적 지정 위헌' 주장한 군 법무관 징계 무효 판결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7.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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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서울고법서 최종 판단… "헌법소원 제기는 정당"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가 징계를 당한 군 법무관들이 9년만에 징계무효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이들이 육군참모총장 등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소송의 파기 환송심에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번 징계무효 판결은 지난 2009년 소송이 제기된 이래 9년 만에 받은 것이다.

MB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7월 국방부는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소설가 현기영 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민속학자 주강현 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 23권의 책에 대해 부대 내 반입을 금지했다.

이들 책이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당시 군 법무관 7명은 같은 해 10월 이에 대해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이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했고 군무 외의 일로 집단행동을 한 만큼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파면, 징계유예∼감봉 등의 징계 조치했다.

이들은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을 거치며 파면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파면은 지나치지만 징계 사유는 인정된다고 설명했고, 일부 경징계 조치에 대해서는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지난 4월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뒤 이번 파기환송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3부는 이들의 헌법소원 제기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령 문언에 비춰보면 건의 제도의 취지는 위법·오류 의심이 있는 명령을 받은 부하가 명령 이행 전에 상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명령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들이 헌법소원 제기가 지휘계통을 문란하게 할 정도로 절차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또한, 군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로 본 것에 대해서도 "법령에 군인의 기본권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군인으로서 허용된 권리행사를 함부로 집단 행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징계 무효 판단을 내렸다.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