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식용 온수통 옮기다 구치소 수감자 화상… 法 "국가 관리 소홀"
배식용 온수통 옮기다 구치소 수감자 화상… 法 "국가 관리 소홀"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8.07.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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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서 배식용 온수통을 옮기다 화상을 입은 수감자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이영풍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6000여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지난 2014년 2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다용도실에서 다른 수감자들에게 나눠줄 온수통을 옮기다 쓰러졌다.

통상 온수 배식은 A씨와 다른 수감자 한 명이 함께했었지만 사고 당일엔 동료 수감자가 바빠 A씨 혼자서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쓰러질 때 온수용 받침대 대신 우유 상자에 세워놓은 다른 온수통까지 넘어지면서 100℃가 넘는 뜨거운 물이 몸에 쏟아져 심한 화상을 입었다.

특히 사고 당시 A씨가 온수 배식을 하면서 중간중간 온수통에 찬물을 보충하려고 뚜껑을 꼭 닫아놓지 않아 부상이 심했다.

이에 A씨는 관리가 소홀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가는 A씨가 우유 상자를 사용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이런 식으로 몇 달씩 온수 배식을 해 온 것을 구치소 측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 “A씨 혼자 작업하게 놔둔 것도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또 “구치소가 제공한 온수용 받침대 역시 별다른 고정장치가 없고, 면적도 우유 상자와 다를 게 없어 안전성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온수통 뚜껑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점을 고려해 A씨와 국가의 책임이 절반씩 있다고 인정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