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관리·시공 3박자가 초래한 '건설사고·부실'
발주·관리·시공 3박자가 초래한 '건설사고·부실'
  • 주중석 기자
  • 승인 2018.07.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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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감리 도입 후 정부·지자체 등 '관리역량 저하'
눈치보기 바쁜 감독자와 책임의식 부족한 건설사
주말 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던 대전-당진고속도로 교량(왼쪽)과 평택국제대교.(사진=국토부)
주말 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던 대전-당진고속도로 교량(왼쪽)과 평택국제대교.(사진=국토부)

정부가 건설현장 안전사고 및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공사 직접감독제 확대와 일요일 휴무제 도입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국내 건설현장에 사고와 부실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리기능을 외부 전문가에 위탁하는 책임감리제 도입 후 발주청의 관리역량이 낮아진 데다 전문감리자는 계약관계상 '갑'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눈치 보기에 바쁘고, 건설사는 안전·완벽 시공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공공공사 직접감독 가능 기관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모든 발주청으로 확대된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부응하고, 안전에 취약한 휴일공사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공공공사 일요일 휴무제'도 시행한다.

이는 건설현장 사고 및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는 최근 8년간 건설물량이 50% 증가하는 동안 부실벌점이 167%나 증가했으며, 건설현장 사망자 수도 매년 약 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사고는 평일에 비해 주말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건설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요일과 일요일에 근무하는 근로자 비율은 각각 78%와 23.7%에 달했으며, 주말에 발생한 중대건설사고가 평일에 비해 1.2~1.4배 많았다.

주말에 발생한 대표적인 건설사고를 보면, 지난해 8월 발생한 평택국제대교 붕괴사고는 주말에 원도급자와 사업관리자의 현장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통상적인 작업 중 일어났다.

당시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현장에 없었으며, 원청사 관계자 19명 중 5명과 사업관리자 5명 중 1명만 출근한 상태였다.

올해 5월 대전-당진고속도로에서는 주말에 발주청 감독없이 작업이 이뤄지던 상황에서 교량 점검계단이 추락하면서 작업자 4명이 사망했다.

국토부는 공사현장에서 부실공사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발주청의 관리역량 부족을 꼽았다.

지난 1989년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이 외부 전문가에 사업관리 전반을 위탁하는 책임감리가 도입된 이후 발주청의 관리역량이 전반적으로 저하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상조건 등을 고려한 근로자의 작업가능일과 피로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물량 기준으로 공사기간을 산정하는 관행이 자리잡혔고, 안전관리 없이 휴일공사를 진행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연도별 건설사고 사망자 수(단위:명).(자료=국토부)
연도별 건설사고 사망자 수(단위:명).(자료=국토부)

여기에 해외 현장과 비교해 부족한 사업관리(책임감리) 인원과 사무업무 병행에 따른 현장관리 소홀도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제 5.9㎞ 길이의 브루나이 교량 공사현장의 경우 13명의 상주감리 인원이 배치돼 있지만, 4.4㎞ 평택국제대교 현장에는 5명만이 상주감리자로 근무했었다.

사업관리자가 기한 내 준공을 중시하는 발주청과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계약구조도 관리 미흡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관리자가 '공사중지 및 재시공 명령권'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 밖에도 국토부는 공사품질을 높이려는 시공사의 의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사는 공정·공사비를 우선해 엄격한 품질관리에 한계가 있고, 현장관리 인력을 비정규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불량자재 정보가 현장 간에 공유되지 않아 다른 현장에서 그대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및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 발주청과 사업관리자, 시공사 별 추진과제를 수립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관련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아일보] 주중석 기자

jjs510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