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은행 ATM… 갈수록 이용률 적어
애물단지 된 은행 ATM… 갈수록 이용률 적어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6.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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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뱅킹 급부상으로 해마다 신규 설치 줄어
 

고객의 편의제공과 비용절감을 위해 도입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인터넷은행 등장과 디지털뱅킹과 같은 비대면 채널 활성화로 이용률이 줄어들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79년 처음으로 ATM이 시중은행에 설치된 후 신규설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5년을 정점으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최근 은행들은 ATM 신규 설치를 대폭 줄이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운영하는 ATM 수는 2만4253대로 전년 동기(2만6337대) 대비 7.91% 감소했다.   

최근 3년간 ATM 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업체별로 ATM 기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KB국민은행은 2015년 9079대에서 2016년 8479대, 지난해에는 7988대로 해마다 500대 가량 줄었다. 신한은행도 2015년 6915대에서 2016년 6751대, 지난해에는 6111대로 줄었고 우리은행은 2015년 6893대에서 2016년 6483대, 지난해 5949대로 ATM을 줄이고 있다. 하나은행도 2015년 4873대의 ATM기기를 보유하다가 2016년 4624대로 줄였고 지난해에는 4205대로 줄여 ATM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ATM을 도입할 당시에는 비용 절감 목적보다 은행 업무시간 외에도 입·출금, 송금과 같은 간단한 업무가 손쉽게 이뤄져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과 디지털뱅킹 활성화로 고객들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ATM보다 더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수단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ATM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 

모바일 전자지갑, 카카오페이 등 현금대신 지불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과 받는 사람 전화번호와 보낼 금액, 암호만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송금할 수 있는 토스(Toss)의 등장도 ATM이 사양길로 접어드는데 한 몫 했다. 

여기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ATM 수수료를 낮춰 수수료 수익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유지비용은 늘어나는 점도 ATM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ATM 운영으로 매년 대당 166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ATM은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으로 1대당 연간 2000만∼3000만원이 소요되는 반면 수수료 수익은 미미해 은행들이 ATM 운영으로 떠안는 손실이 연 1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신입 은행원들의 평균연봉은 5483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해 ATM을 운용하는 것이 은행으로서는 비용절감 효과를 크게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용적 측면보다 금융거래 트렌드 변화가 ATM의 감소의 주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카드결제 활성화와 인터넷·모바일뱅킹과 같은 디지털뱅킹 강세, 인터넷뱅킹등장이 ATM 수요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디지털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노령층 고객 등 금융취약 계층의 편의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비용적인 측면만 고려해 하루아침에 ATM을 철수하기는 어렵다. 해마다 ATM을 줄이 돼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은행들은 인기가 시들해진 ATM의 대안으로 편의점과 ATM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GS25, KB국민은행은 세븐일레븐과 각각 협약을 맺고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도 은행 ATM과 동일한 조건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했다. 은행 영업시간 내에는 편의점 ATM에서도 수수료가 면제되고 영업시간 이후에는 고객등급과 부가서비스 기준에 따라 은행 점포 ATM과 동일한 수수료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