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실종사건' 미궁 속… 커져가는 의문점들
'강진 여고생 실종사건' 미궁 속… 커져가는 의문점들
  • 이홍석 기자
  • 승인 2018.06.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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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행방이 6일째 확인되지 않은 21일 경찰이 의심 지역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행방이 6일째 확인되지 않은 21일 경찰이 의심 지역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 사건이 발생한지 엿새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 상황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점은 커져가는 모양새다.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를 종합하면 A양은 실종 당일 지난 16일로부터 일주일 전 학교 앞에서 아빠 친구인 B씨를 우연히 만나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이후 A양은 자신의 친구 C양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린뒤 12일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B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방문해 함께 식사했다.

그런데 실종 하루 전인 15일에 A양은 돌연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해달라’고 C양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어 16일 A양은 오후 2시께 “B씨를 만났다. 해남 방면으로 이동한다“는 메시지를 C양에게 보낸 뒤 같은 날 오후 4시24분께 도암면 야산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면서 사라졌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의문은 B씨가 A양에게 아르바이트 사실을 감추도록 한 점이다. B씨는 A양 아버지의 친구이자 평소 가족끼리도 잘 아는 사이였다.

일반적으로 친구의 딸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면서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상식적인 상황은 아니다.

아르바이트의 실체도 의문이다. 아르바이트 소개가 실제로 있었는지, 정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것인지 여부도 아직 밝혀진 바 없다.

A양이 집을 나설 무렵 B씨의 자동차가 한 600m 거리의 CCTV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 점도 주목할 점이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는 여기서 한참 떨어진 도암면에 있는 CCTV에 B씨의 차량이 찍혔다. 이 곳은 B씨가 어릴 때 살던 곳이었다.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 역시 도암면에 있는 야산이었다. 집을 나선 지 2시간 반이 지난 오후 4시 30분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의 나눈 어떤 대화 문자메시지라든지 통화 기록이라든지 이런 게 전혀 없다. 따라서 B씨와 A양이 함께 도암면으로 이동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게다가 A양은 당초 C양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해남으로 간다고 했으나 B씨의 차가 발견된 곳이나 A양의 마지막 신호가 잡혔던 야산은 해남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A양이 해남 간다는 것을 잘못 알아들었거나, 애초부터 B씨가 A양을 속이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답답한 점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B씨는 실종 당일 A양의 가족이 찾아오자 가족들에게 “불을 켜지 마라”고 한 뒤 황급히 달아난 뒤 17일 오전 6시17분쯤 집 근처 철도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경찰은 CCTV 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B씨가 범죄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높게보고 실종된 A양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A(16·고1)양이 실종된 지난 16일 오후 '아빠 친구' B(51)씨가 휴대전화를 가게에 둔 채 자신의 검은색 승용차로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 차량 외부를 세차하는 모습이 찍힌 CCTV 화면. (사진=전남지방경찰청 제공)
A(16·고1)양이 실종된 지난 16일 오후 '아빠 친구' B(51)씨가 휴대전화를 가게에 둔 채 자신의 검은색 승용차로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 차량 외부를 세차하는 모습이 찍힌 CCTV 화면. (사진=전남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B씨 승용차는 CCTV를 통해 16일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던 이날 오후 4시24분 도암면 야산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B씨는 자신의 차량을 몰고 오후 5시35분께 자신의 자택이 있는 강진읍에 도착했다. 이어 자택 인근에 의류로 추정되는 물건을 불태우고 세차를 하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여전히 B씨가 어떤 목적에서 A양을 데려갔는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만약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것이 계획된 것인지 우발적인 것인지, A양은 어디 있는지는 미궁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경찰은 21일 타 경찰청 10개 중대 800여명과 소방, 열 감지 장비를 탑재한 헬기, 수색견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경찰은 이날 B씨가 실종 당일 야산뿐 아니라 저수지 방향으로 이동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

B씨는 실종 당일인 지난 16일 오후 9시 20분께 마을을 떠났다가 33분께 돌아온 정황이 집 마을 도로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됐다.

같은 시간대 B씨의 휴대전화 위치 신호가 4km가량 떨어진 군동면 금사저수지 인근에서 확인됐다.

평소 B씨는 운동 삼아 금사저수지를 종종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차량 내부 흔적 제거 등 다른 목적으로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