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다롄 회담 가능성… 북미회담 영향주나
김정은-시진핑, 다롄 회담 가능성… 북미회담 영향주나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05.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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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용기로 방중 가능성… 시진핑도 이동한 듯
'밀월 회동'으로 北 협상력 강화·中 '패싱론' 불식 목적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다롄(大連)에서 비밀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 받고 있다.

8일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지난 7일 전용기 편으로 다롄 공항에 도착해 중국 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계에서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김 위원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 대외연락부 주관의 비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시 주석 또한 자국산 항공모함의 시험 운항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롄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이 또 다시 회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미 대화를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강화해야 할 북한과 한반도 새 질서에서 자국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이 또 다시 밀회를 갖고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이 사실일 경우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영구적 폐기까지 요구하자 ‘중국 카드’를 꺼냈다고 해석하고 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를 저울질하고 회담 전 비핵화의 방법론을 놓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비핵화 협의, 경제건설 추진, 대북제재 완화 등에서 대미 협상력을 높일 카드로 중국을 선택하고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북한이 중국과의 밀월로 관계를 강조하면서 북미 대화가 난항을 겪더라도 또 다른 돌파구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도 북한과의 잦은 회동이 반가운 상황이다. 그간 중국은 향후 한반도에 새 질서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중국 패싱론'을 우려해왔다.

남북 정상이 체결한 판문점 선언에서 자국을 뺀 남북한, 미국 3자 간에 연내 종전 선언 및 평화체제 구축 회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3월 말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남북, 북미로 쏠리던 북한 비핵화 협상의 균형추를 흔들었다.

이번 다롄 방문이 사실일 경우 김 위원장은 또 한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중국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뜻을 간접적 형식으로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중국은 소외론 우려를 재차 불식시키고 남북, 북미로 기울어진 한반도 질서의 균형추를 북중으로 다시 맞춰 역할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한 외교계 전문가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김 위원장이 중국에 왔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중국과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설이 아직 확인이 어려운 단계인 만큼 논평하는 섣부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정부와 정보당국은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이 방중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