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심사평가원 회신 자료, 법정진술 있어야 증거 인정"
대법 "심사평가원 회신 자료, 법정진술 있어야 증거 인정"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4.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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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회신 자료는 일종의 의견서일 뿐이어서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문건이 증거능력을 갖기 위해선 심평원 측에서 문건을 써 준 게 맞는다고 법정에서 진술해 줘야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2일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55) 등 6명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등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1997년부터 2009년까지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허위로 입원해 약 3억원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방식으로 그의 가족들도 수억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주요 증거로 제출한 심평원의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형사소송법은 상업장부나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족관계 기록사항 증명서, 공정증서,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검찰은 심평원 회신 문건이 이런 문서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거로 신청했고, 1·2심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문건을 증거로 채택해 A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문건이 심평원이 사무처리 내역을 계속적으로 기재한 것이 아니라,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 자체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 2심 재판부에 이 문건을 다시 살피라고 통보하며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전문증거(傳聞證據)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심평원의 회신 문건을 증거로 채택해 법리를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전문증거란 직접 진술이 아니라 전해 듣거나 간접으로 경험한 내용을 진술한 증거를 뜻한다.

전문증거가 증거로 인정되려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작성한 사람이 진정하게 작성한 문건이라고 진술해야 한다.

즉, 검찰이 제출한 문건은 회신 문건을 작성한 심평원 관계자가 법정에 출석해 문건이 진정하게 작성됐다는 점을 진술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