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풍족, 서민 호주머니는 홀쭉
나라 곳간 풍족, 서민 호주머니는 홀쭉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3.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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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재정수지 10년만에 최대 흑자…가계부채·실업자·물가 치솟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나라 곳간은 풍족했지만 서민 살림살이는 궁핍했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재정수지는 경제 지표 개선의 영향으로 크게 상승했다.

통합재정수지는 24조원 흑자로 2016년도(16조9000억원 흑자)보다 흑자 폭이 무려 7조1000억원 늘었다.

이는 2007년에 37조원 흑자를 기록한 후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큰 수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을 포괄해 산정하는 국가 채무(D1)는 2016년보다 33조8000억원 늘어난 66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6%로, GDP 대비 증가속도(0.3% 포인트)는 2010년 0.2% 포인트를 기록한 후 1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수납된 세입액에서 지출된 세출액을 차감한 잔액인 세계(歲計)잉여금은 11조3000억원으로 2007년도에 15조3428억원을 기록한 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늘어난 세수도 한몫했다.

2017년 법인세는 전년도보다 7조1000억원 더 걷혔고 부가가치세 수입은 5조3000억원 증가했다. 또 근로소득세가 3조원 늘어난 것도 정부 재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서민의 가계 상황은 암울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 가정이 은행 등 금융업체에서 빌린 돈이나 신용카드 사용 등 외상 구매로 진 빚의 합계인 가계신용은 2017년 말 기준 1450조9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108조4000억원(약 8.1%) 증가해 2002년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실업난도 심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실업자 수는 102만3000명으로 2000년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많았다.

실업률은 3.7%로 2001년 4.0%를 기록한 후 최근 16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후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가계의 물가 부담은 계속 늘어났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2012년 2.2%를 기록한 후 5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최근 6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