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출판기념회' 성행… 편법 정치자금 모금 의혹
지방선거 앞두고 '출판기념회' 성행… 편법 정치자금 모금 의혹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8.03.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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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상 책값 지불은 제약 없어… 정가 이상 내는 경우 많아
"수익 투명성 높이고 회계내역 검토받아야" 주장 나와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오는 6월13일 열리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90일 앞둔 지난 15일부터 출마 예정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전면 금지됐다.

공정한 선거를 위한 조치지만 예비후보들은 금지되기 전인 지난 14일까지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제도의 유명무실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로 인해 도내에서만 최소 35차례에서 40차례 정도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기념회를 연 후보들은 도지사 출마자와 교육감 출마자를 비롯해 비교적 작은 규모의 지방의원 출마자들까지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경남도 뿐만 아니라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이 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로 출판기념회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당시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후원금 액수가 제한되고 기업 후원이 금지되는 등 제약이 생기자 정치계에서 일종의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출판기념회 또는 북콘서트를 열면서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출판기념회에서 책값을 전달하는 것은 명시적 기부행위로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상규상 책값과 함께 일정 수준의 축하금도 허용된다.

또한, 출판기념회에서 낸 책값은 지불한 금액을 알 수 없을뿐더러 후보와 직무적으로 연관이 없다면 따로 제약이 없어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금지법으로도 규제가 쉽지 않다.

더욱이 출판기념회 또는 북콘서트는 따로 선관위에 신고할 필요가 없고 얼굴을 알리면서 후원금도 모을 수 있는 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선거에 뛰어든 정치인들에게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이에 지자들을 비롯해 후보와 연관이 있는 각종 모임과 지자체와 밀접한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건설업체 등이 후보들의 출판기념회에 찾아다니며 실제 책값보다 더 큰 액수를 건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유권자들도 많은 실정이다.

특히 일부 후보들은 책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짜깁기 식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책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아닌 출판기념회를 위해 책을 출판한다는 비판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예비후보들의 목적의식이 불분명한 출판기념회의 폐단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먼저 이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4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당내 보수혁신위원회에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를 일절 금지하는 강력한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은 출판기념회를 ‘법의 사각지대’로 규정하고 “선출직 의원이나 로비를 받는 대상에 있는 고위공직자들은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아야 한다”라며 강조한 바 있다.

이에 현행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공정한 선거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누구든지 후보가 되려는 사람을 포함해 후보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일을 선거일 90일 전부터 못하도록 하는 등 그동안 출판기념회의 폐단을 막으려는 움직임들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법적 금지기간 이전까지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남도선관위 관계자는 “출판기념회의 폐단은 후원금 등의 수익이 투명하지 않아 이것이 편법적으로 정치자금에 충당되는 부작용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정치를 하려는 자는 출판기념회를 아예 못하게 하거나 정가로만 판매하도록 하고 출판기념회 끝나면 그 회계내역을 선관위에 제출하게 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