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 후진국] ② 품질 제쳐둔 발주·시공…돈이 우선
[건설안전 후진국] ② 품질 제쳐둔 발주·시공…돈이 우선
  • 천동환·이정욱 기자
  • 승인 2018.01.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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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재해·사망자수 '나홀로 오르막길'
저가경쟁에 근로자 절반 이상 비정규직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 중이다.(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 중이다.(사진=신아일보DB)

"대한민국은 안전 후진국이다" 눈 부셨던 경제발전 속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 한 안전의식 탓에 이 땅 곳곳에서는 황당한 사고들이 사그라들 줄 모른다. 특히 온 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설현장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무너지고, 부러지고, 떨어지는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평택에서 힘 없이 주저앉은 다리 하나는 건설현장에서 왜 이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대한민국이 건설안전 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이유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살펴봤다.<편집자주>

건설업은 사고발생률이 타 산업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다. 매 공정 마다 완벽을 기하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고도의 책임감과 업무능력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건설현장 근로자의 상당 수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수주량과 기간에 따라 작업량이 들쑥날쑥한 원천적 문제가 있지만, 공사를 저가에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 또한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행한 '2016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건설업 재해자 수는 2만6570명으로 전년 대비 5.72% 증가했다.

이는 농업과 광업, 제조업 등 전체 산업 중 농업분야(12.67%) 다음으로 재해자 수 증가율이 높은 것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전체 산업 중 유일하게 사망재해자 수가 증가했다.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재해자 수를 나타낸 만인율로 비교할 경우 건설업은 2015년 1.47‱에서 2016년 1.76‱로 0.29‱p 상승했다. 전체 산업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사망재해는 31.18%로 가장 높았고, 2016년 한 해에만 건설현장에서 554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도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불과 한 달 동안 크레인 붕괴사고가 3건이나 발생하면서 5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 중에는 건설현장 주변을 지나던 일반인도 포함돼 있다.

위험성이 높은 건설 작업 고유의 특성상 사고 발생이 많은 측면이 있지만, 저가 입찰과 공기 단축 등 저비용의 빠른 시공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하는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구조적 측면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비용 절감 노력은 현장 인력운용에까지 이어져 건설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타 산업에 비해 유독 높은 것이 현실이다.

작년 8월 발생한 평택국제대교 붕괴사고에서도 현장관리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배치됐던 것이 사고 발생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2016년 산업별 사망재해 구성비(단위:%).(자료=고용부)
2016년 산업별 사망재해 구성비(단위:%).(자료=고용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건설업 비정규직 비율은 52%로 절반을 넘어선다.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 비율 보다 높은 산업은 농·임·어업을 제외하고 건설업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발주사에서 저가에 공사를 하길 원하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등의 관행이 안전사고율을 높임은 물론 건설 품질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업체 입장에서는 (현장 인력들을) 상시 고용직으로 유지하는게 인건비나 여러가지 경비 차원에서 문제가 있으니까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 같다"며 "건설업 자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이런 것들이 결국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