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부, 박종철 영정에 고개숙여… "과거 잘못 성찰"
경찰 지휘부, 박종철 영정에 고개숙여… "과거 잘못 성찰"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1.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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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31주기 앞두고 경찰청 인권센터 방문…"인권 경찰로 거듭날 것"
경찰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찾아 박 열사가 숨진 인권센터 509호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찾아 박 열사가 숨진 인권센터 509호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13일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고(故)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철성 경철청장과 민갑룡 차장, 보안국장, 수사국장 등 경찰 지휘부는 박 열사 추모 31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를 방문했다.

경찰청 인권센터는 옛 치안본부 대공분안분실(남영동 대공분실)이 위치했던 건물이다. 1987년 1월 서울대생이던 박 열사는 이 곳에서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졌다.

당시 경찰은 사인을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허위 조사 발표를 했다. 이후 박 열사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면서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경찰 지휘부가 단체로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공식 방문해 박 열사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항쟁 30주년 기념일 전날인 6월9일 이 청장이 비공식으로 이곳을 찾아 추모한 적은 있다.

 

경찰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찾아 박 열사가 숨진 인권센터 509호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찾아 박 열사가 숨진 인권센터 509호에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이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박 열사가 숨진 ‘509호 조사실’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을 추모한 뒤 1985년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고문이 끌려와 고문당한 ‘515호 조사실’도 들렀다.

이어 센터 4층에 있는 박종철 추모전시실을 찾아 박 열사와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살펴봤다.

이 청장은 “영화 ‘1987’을 통해 많은 국민께서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과거 경찰의 잘못을 성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권경찰로 거듭나고자 내일 추도식에 앞서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추도식 때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경찰관들이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 새로운 인권 가치를 끌어내도록 지휘부부터 마음에 담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현재 옛 남영동 대공분실 운영을 시민사회에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청장은 “시민단체와 만나 실정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협의를 진행해 그분들의 뜻에 부합하는 쪽으로 이 공간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